82세에 찾은 반짝이는 나의 세계… 영국을 사로잡은 패셔니스타 '비브' 이야기

Business News / 문광주 기자 / 2026-09-14 10:18:20
-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에서 찾은 ‘컬러풀한 홀로서기’
- 세 번의 인생 변신: 공무원에서 패션 아이콘까지
- Z세대도 반한 비브 스타일의 비결

82세에 찾은 반짝이는 나의 세계… 영국을 사로잡은 패셔니스타 '비브' 이야기

매일 아침 샤워를 마치고 옷장 문을 열 때, 과연 우리 중 몇 명이나 설렘을 느낄까? 대다수는 그저 남들의 눈에 띌까 무난한 옷을 집어 들기 일쑤지만, 여기 매일 아침 자신만의 무대를 준비하는 82세의 영국 할머니가 있다. 최근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글로벌 팬덤을 끌어모으고 있는 패션 인플루언서, 비비안 트루란(Vivienne Truran, 이하 비브) 씨 이야기다. 

▲ 비브 트루란

30년 넘게 문화 현장을 경험한 필자의 눈에도 그녀의 행보는 무척 특별해 보인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8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사로잡은 비결은 화려한 명품이 아니다. 보는 이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쨍한 컬러의 니트, 개성 넘치는 안경, 그리고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당당하고 유쾌한 태도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비브 씨의 이 밝은 에너지 뒤에는 깊은 아픔의 시간이 있었다. 40년 넘게 함께하며 평생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남편 마틴 씨가 치매와 뇌졸중으로 투병하다 팬데믹 기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홀로 남겨진 집 안에서 그녀는 견디기 힘든 고독을 마주해야 했다.

절망의 문턱에서 그녀를 건져 올려준 것은 다름 아닌 이웃의 작은 온기였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직접 구운 케이크를 옆집 제임스에게 나눠주며 소통하기 시작했고, 제임스는 비브 씨가 가진 특유의 입담과 비범한 패션 감각을 한눈에 알아챘다. 제임스의 적극적인 권유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 3막이 거짓말처럼 시작되었다. 계정 이름인 ‘@vivthecarer’ 역시 남편을 돌보던 시절과 이웃과의 인연을 유쾌하게 담아낸 그녀만의 위트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사실 그녀의 인생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했다. 16세부터 48세까지는 안정적인 삶을 바랐던 어머니의 뜻에 따라 우체국과 통신사 공무원으로 성실히 일했고, 명예퇴직 후에는 숨겨진 수완을 발휘해 3개의 골동품 점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든을 넘긴 지금,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자유로운 '시니어 패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비브 씨가 쇼핑을 하러 나가 스마트워치로 쓱 결제하는 모습을 보면 매장 안의 젊은 친구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특유의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세상과 멀어질 필요는 없단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하곤 한다.

비브 씨의 삶이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옷을 잘 입는 할머니'여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마침표를 찍고, 남들의 시선이나 나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은 채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옷장 속 깊이 잠들어 있던 알록달록한 옷을 꺼내 입고 안경을 골라 쓰며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그녀의 일상은, 언젠가 찾아올 우리의 황혼기 역시 충분히 아름답고 반짝일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남들이 하는 말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마세요. 대신 내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듣고, 매일 아침 옷장 앞에 서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보세요." -비브 트루란-

팔로워 100만 명을 목표로 오늘도 유쾌하게 카메라 앞에 서는 비브 씨의 통쾌하고 따뜻한 조언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기분 좋은 용기를 건네고 있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 the SCIENCE plu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