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체르노빌(Tschernobyl)의 개들은 근처 이웃개들과 그토록 다를까?
- 지구환경 / 문광주 기자 / 2026-11-04 09:56:16
4분
- 우연한 변화인지, 자연선택(자연도태)이 이러한 유전적 격차를 만들어냈는지 조사
- 체르노빌 시내 개들은 발전소 부근의 개보다 갈라파고스 개들과 유전적으로 더 유사
- 유전체의 100여 곳 이상에서 방향성 선택(direkte Selektion)을 시사하는 패턴을 발견
- 30여 세대 동안 이들의 유리한 유전자 변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을 가능성
가장 수수께끼 같은 부분은 옛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사는 개들과 체르노빌 시내에 사는 개들 간의 극명한 유전적 대비다. 두 집단은 불과 약 16km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훨씬 더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개체군들보다도 유전적으로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새로운 돌연변이 발생률 증가가 이 차이를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세대를 아우른 유전체 비교 분석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 State)의 매튜 브린(Matthew Breen) 교수 연구팀은 우연에 의한 변화인지, 아니면 자연선택(자연도태)이 이러한 유전적 격차를 만들어냈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2018년과 2019년에 포획된 106마리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친족 관계가 밀접하거나 분류가 불분명한 개체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발전소 지역 33마리, 시내 지역 30마리 총 63마리의 데이터를 핵심 비교에 활용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동유럽과 갈라파고스 제도의 야생견들도 포함되었다. 갈라파고스 개들도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무작위적 요인과 소규모 집단 효과의 영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의 핵심 질문은 체르노빌 발전소 개들의 특이점이 특별한 적응 압력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유전적 부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
분석 결과는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이 유일한 원인이라는 가설에 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부동은 특히 작고 고립된 집단에서 유전자 변이의 빈도가 무작위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여러 분석 방법을 통해 양측 집단의 실질적 번식 개체 수를 추정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다만 염색체 수준의 분석에서는 발전소 쪽의 수치가 다소 낮게 나타났다).
갈라파고스 개들과의 비교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지리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시내의 개들은 발전소 부근의 이웃들보다 갈라파고스 개들과 유전적으로 더 유사한 면모를 보였다. 게다가 발전소 개들의 경우 개별 염색체 간의 유전적 차이가 이례적으로 고르지 않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이는 무작위적인 변화의 패턴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 유전자에서 포착된 자연선택의 흔적
연구팀은 유전체의 100여 곳 이상에서 방향성 선택(direkte Selektion)을 시사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개체들이 번식에 더 성공하면서 해당 변이가 세대를 거치며 확산되는 자연선택의 한 형태다. 눈에 띄는 유전적 영역들은 DNA 복구, 세포 분열, 면역 체계, 암 발생 과 관련된 유전자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개들이 환경 오염원에 대해 더 나은 저항력을 갖추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유전체 데이터만으로는 이 변이들이 실제로 개들에게 유리한 이점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 요인(방사선 외에도 중소금 및 유기 오염물질 등 포함)이 선택 압력을 유발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1986년 당시의 최초 생존자들이 열쇠일 수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1986년 사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피 및 유기견 살처분 조치 이후, 이미 유리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던 개들만이 살아남아 번식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특별히 새로운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30여 세대 동안 이들의 유리한 유전자 변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이 유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재구성한 발전소 개체군의 축소 시점(약 35~40세대 전)은 당시 사고 정황과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이것이 방사선이나 특정 오염물질이 당시 개들을 선별적으로 걸러냈다는 결정적 증거는 되며, 당시의 역사적 샘플과 오염 수치에 대한 상세한 측정이 없는 한 진화 역사는 여전히 일부분 공백으로 남는다.
향후 과제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에서 강력한 선택 시그니처(흔적)를 찾아냈다고 강조한다. 향후 명확한 입증을 위해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와 실제 측정된 오염도, 그리고 개들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상호 연계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극한의 환경 조건 속에서 개체군이 방사선에 의한 돌연변이 증가 없이도 유전적으로 크게 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를 제공한다.
참고 출처:
· Genes, doi: 10.3390/genes17101195
·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NC State)
- 우연한 변화인지, 자연선택(자연도태)이 이러한 유전적 격차를 만들어냈는지 조사
- 체르노빌 시내 개들은 발전소 부근의 개보다 갈라파고스 개들과 유전적으로 더 유사
- 유전체의 100여 곳 이상에서 방향성 선택(direkte Selektion)을 시사하는 패턴을 발견
- 30여 세대 동안 이들의 유리한 유전자 변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을 가능성
왜 체르노빌(Tschernobyl)의 개들은 이웃과 그토록 다를까?
단 16km 거리에 불과한 두 개체군, 하지만 유전적으로는 훨씬 더 멀어져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참사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수백 마리의 야생견들이 우크라이나 통제구역을 누비고 있다. 이들의 조상 중 일부는 1986년 주민들이 대피할 당시 버려진 반려동물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이들의 후손들은 방사능뿐만 아니라 중소금 및 기타 유해 물질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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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르노빌 주변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들은 유전적으로 서로 상당히 다르다. 불과 16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개체군조차도 뚜렷하게 다른 유전적 패턴을 보인다. © sergiy_romanyuk |
가장 수수께끼 같은 부분은 옛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사는 개들과 체르노빌 시내에 사는 개들 간의 극명한 유전적 대비다. 두 집단은 불과 약 16km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훨씬 더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개체군들보다도 유전적으로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새로운 돌연변이 발생률 증가가 이 차이를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세대를 아우른 유전체 비교 분석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 State)의 매튜 브린(Matthew Breen) 교수 연구팀은 우연에 의한 변화인지, 아니면 자연선택(자연도태)이 이러한 유전적 격차를 만들어냈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2018년과 2019년에 포획된 106마리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친족 관계가 밀접하거나 분류가 불분명한 개체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발전소 지역 33마리, 시내 지역 30마리 총 63마리의 데이터를 핵심 비교에 활용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동유럽과 갈라파고스 제도의 야생견들도 포함되었다. 갈라파고스 개들도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무작위적 요인과 소규모 집단 효과의 영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의 핵심 질문은 체르노빌 발전소 개들의 특이점이 특별한 적응 압력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유전적 부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
분석 결과는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이 유일한 원인이라는 가설에 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부동은 특히 작고 고립된 집단에서 유전자 변이의 빈도가 무작위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여러 분석 방법을 통해 양측 집단의 실질적 번식 개체 수를 추정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다만 염색체 수준의 분석에서는 발전소 쪽의 수치가 다소 낮게 나타났다).
갈라파고스 개들과의 비교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지리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시내의 개들은 발전소 부근의 이웃들보다 갈라파고스 개들과 유전적으로 더 유사한 면모를 보였다. 게다가 발전소 개들의 경우 개별 염색체 간의 유전적 차이가 이례적으로 고르지 않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이는 무작위적인 변화의 패턴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 유전자에서 포착된 자연선택의 흔적
연구팀은 유전체의 100여 곳 이상에서 방향성 선택(direkte Selektion)을 시사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개체들이 번식에 더 성공하면서 해당 변이가 세대를 거치며 확산되는 자연선택의 한 형태다. 눈에 띄는 유전적 영역들은 DNA 복구, 세포 분열, 면역 체계, 암 발생 과 관련된 유전자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개들이 환경 오염원에 대해 더 나은 저항력을 갖추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유전체 데이터만으로는 이 변이들이 실제로 개들에게 유리한 이점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 요인(방사선 외에도 중소금 및 유기 오염물질 등 포함)이 선택 압력을 유발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1986년 당시의 최초 생존자들이 열쇠일 수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1986년 사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피 및 유기견 살처분 조치 이후, 이미 유리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던 개들만이 살아남아 번식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특별히 새로운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30여 세대 동안 이들의 유리한 유전자 변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이 유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재구성한 발전소 개체군의 축소 시점(약 35~40세대 전)은 당시 사고 정황과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이것이 방사선이나 특정 오염물질이 당시 개들을 선별적으로 걸러냈다는 결정적 증거는 되며, 당시의 역사적 샘플과 오염 수치에 대한 상세한 측정이 없는 한 진화 역사는 여전히 일부분 공백으로 남는다.
향후 과제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에서 강력한 선택 시그니처(흔적)를 찾아냈다고 강조한다. 향후 명확한 입증을 위해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와 실제 측정된 오염도, 그리고 개들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상호 연계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극한의 환경 조건 속에서 개체군이 방사선에 의한 돌연변이 증가 없이도 유전적으로 크게 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를 제공한다.
참고 출처:
· Genes, doi: 10.3390/genes17101195
·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NC State)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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