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의 사냥은 대부분 암컷의 몫이다

기초과학 / 문광주 기자 / 2026-10-29 22:54:58
-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진, 콩고 야생 보노보 10년 장기 추적 연구 발표
- 전체 사냥의 60% 주도… 발굽 동물 포획률은 수컷의 3배 달해
- 침팬지와 달리 '암컷 중심 사회' 영향… 인류 진화 및 성별 역할 분담 재조명

보노보의 사냥은 대부분 암컷의 몫이다

사냥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콩고에서 진행된 장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노보는 암컷이 사냥을 주도하며 고기를 얻기 위해 위험한 사냥에 더 자주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노보 암컷은 수컷에 비해 발굽 동물을 추적해 포획·도살하는 횟수가 3배나 많았다. 다른 유인원 종을 사냥할 때도 암수 비중은 비슷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류 조상의 행동 양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이 암컷 보노보는 자신이 사냥해서 죽인 콜로부스원숭이의 고기를 먹고 있다.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에서는 사냥이 주로 암컷의 영역이다. 사진: © Victor Ammann / Max Planck Institute of Animal Behavior

인류 조상의 사냥은 누구의 역할이었나?


육식 사냥은 인류 진화의 핵심 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동물성 식품은 인류 조상의 뇌 발달에 필요한 귀중한 단백질과 영양소를 공급해 고도의 인지 및 문화적 능력을 발전시켰다. 따라서 수엽·채집인으로의 전환은 현대 인류로 진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러한 가설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유인원 관찰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주로 식물을 먹지만 때때로 동물을 사냥하기 때문이다. 

▲ 연구개요도 October 22, 2026 / Females shape hunting of vertebrates in wild bonobos / Current Biology

그러나 인류 조상 중 실제 사냥을 맡았던 것은 누구였을까? 기존에는 야생 침팬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사냥을 주로 수컷의 역할로 여겼다. 침팬지가 열대 우림의 숲높이(캐노피)에서 작은 유인원을 사냥할 때 무리는 주로 수컷으로 구성되며, 사냥감을 나누어 주고 대부분을 소유하는 것도 수컷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행동생물학 연구소의 바르바라 프루트(Barbara Fruth) 선임 연구원은 "침팬지에게 사냥은 수컷의 영역이다. 사냥감의 소유와 통제권이 서열 및 지배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침팬지만이 동물을 사냥하는 유인원은 아니다.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은 보노보 역시 뛰어난 사냥꾼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고트프리트 호만(Gottfried Hohmann) 연구원은 "보노보는 다양한 동물을 포획할 뿐만 아니라, 각 집단만의 고유한 사냥 문화를 발전시켰다"라고 밝혔다.
▲ 발굽동물(파란색), 다른 원숭이(주황색), 그리고 다른 척추동물을 사냥하는 암컷 보노보의 비율. 전체적으로 암컷 보노보가 사냥에 더 자주 참여한다(A). 그러나 연구된 두 개체군 간에는 차이가 있다. — © Hohmann et al./ Current Biology, CC-by 4.0

보노보의 사냥 방식은 다르다


그렇다면 보노보 중에서 사냥을 주도하는 것은 수컷일까, 암컷일까? 이를 밝히기 위해 호만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에 서식하는 야생 보노보 두 집단의 사냥 행동을 담은 장기 관찰 데이터를 최초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10년 동안 보노보의 성공적인 사냥 사례 415건을 기록했으며, 주요 사냥감은 다른 유인원이나 작은 발굽 동물이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의 사냥은 수컷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체 사냥의 60%에서 암컷 보노보가 사냥감을 직접 잡고 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마티아 베소네(Mattia Bessone) 연구원은 "암컷들이 이러한 사냥을 먼저 시작하고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암컷 보노보는 새끼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냥에 참여했다.

위험과 대형 사냥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암컷들


보노보가 붉은콜로부스 같은 다른 유인원 종을 나무 위에서 쫓는 가장 위험한 사냥에서도 수컷과 비슷한 수의 암컷이 참여했다. 호만 연구원은 "특히 어린 암컷들이 반격하는 유인원을 쫓아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작업입니다"라며, "이는 인류 조상이나 유인원 암컷이 자신과 새끼의 안전을 위해 사냥 위험을 피했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결과"라고 말했다.

보노보가 땅 위에서 영양과 같은 발굽 동물을 사냥할 때 암컷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두 보노보 집단 모두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발굽 동물을 잡은 횟수가 3배나 많았다"고 밝혔다. 침팬지와 달리 사냥 후 고기를 차지하거나 분배하는 주체 역시 암컷인 경우가 많았다. 호만 연구원은 "사냥감을 잡는 것과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류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


연구진은 이번 관찰 결과가 유인원의 사냥 행동뿐만 아니라 인류 조상의 성별 역할 분담을 재조명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프루트 연구원은 "보노보는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과 같다. 이제 사냥과 채집을 병행했던 인류 조상에 대해 우리가 가졌던 기존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침팬지만으로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사냥 방식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보노보 암컷의 사냥 활동은 유인원의 사냥 참여 여부가 단순한 생물학적 조건보다는 사회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침팬지는 수컷 중심의 강한 지배적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사냥과 고기 소유가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된다. 반면 보노보는 남녀 평등에 가까우며, 오히려 암컷이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평등한 역할 분담이 인류의 원형이었을까?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사냥이 오직 수컷의 전유물이었다는 안일한 전제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썼다. 보노보, 침팬지, 인간의 공통 조상은 오히려 성별 간 평등한 역할 분담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침팬지처럼 수컷이 사냥을 독점하는 구조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후 침팬지에게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특성일 수 있다.

다만 초기 인류의 사회 구조가 어떠했는지, 남성과 여성 중 누구의 권력이 더 강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인류의 조상이 보노보와 비슷했을지, 침팬지와 비슷했을지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번 연구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충분히 열려 있음을 일깨워 준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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