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세포”: 항암 치료 후 왜 암이 자주 재발하는가

건강의학 / 문광주 기자 / 2026-10-29 17:32:15
3분
- 항암 화학요법(Chemotherapy)은 세포독성 약물을 투여해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의 자살 프로그램(사멸)을 유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암 치료법
- 좀비 세포들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지능적으로 속이고 조종하기 때문

항암 치료와 암세포의 '좀비화' 현상


항암 화학요법(Chemotherapy)은 세포독성 약물을 투여해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의 자살 프로그램(사멸)을 유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암 치료법이다. 하지만 치료 후 일부 암세포가 살아남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때 살아남은 세포 중 일부는 죽는 대신 ‘조기 노화(Seneszenz)’ 상태라는 독특한 변화를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분열을 멈추는 대신 정상 크기의 최대 10배까지 거대해지며 ‘좀비 세포’로 변형된다. 노화 상태에 들어간 좀비 세포는 강력한 면역력을 갖게 되어 추가적인 항암제 투여나 인체 면역 체계의 공격에도 쉽게 죽지 않고 생존한다.

면역 체계를 속이는 위장술과 재발 메커니즘


이 좀비 세포들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지능적으로 속이고 조종하기 때문이다. 좀비 세포는 신체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들을 작동시켜, 마치 자신이 치료가 필요한 상처 부위인 것처럼 모방하는 신호 물질(신경전달/부종 관련 물질)을 분출한다.

면역 체계는 이 속임수에 넘어가지고 조직을 복구하듯 상처 치유 반응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 반응은 오히려 세포 분열을 촉진하고, 해당 부위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할 새로운 혈관을 생성(혈관 신생)하게 된다.

면역 체계가 제공하는 풍부한 영양분과 환경 덕분에 생존해 있던 좀비 세포는 다시 증식을 시작하고, 결국 새로운 종양(암)으로 재발하게 되는 것이다.
 

세포 사멸을 막는 '아포토시스 억제제(IAP)'의 발견
 

연구진은 항암제 공격에도 암세포가 죽지 않고 좀비 세포로 전환될 수 있는 분자적 원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항암제 공격을 받은 일부 암세포는 세포의 자살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아포토시스 억제제(IAP, Inhibitors of Apoptosis) 및 FLIPL을 대량으로 생성해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억제제들은 면역 세포나 약물이 결합하여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통로인 ‘죽음 수용체(Todesrezeptoren)’의 형성을 차단하여 암세포를 불사신 상태로 만든다. 연구팀은 이 IAP 단백질이 생성되기까지의 복잡한 세포 내 반응 사슬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치료의 전환점: 좀비 세포의 약점 공략


연구진은 IAP 단백질에 대한 생존 의존성이 역설적으로 좀비 세포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IAP 단백질의 작용을 중화(억제)하는 특정 표적 약물을 투여했다. 그 결과, 암세포가 방어막으로 삼던 IAP가 무력화되면서 노화된 좀비 세포들이 사멸 프로그램에 빠져 효과적으로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전망 및 기대 효과


이 연구는 항암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환자가 항암 화학요법을 받은 직후 IAP 억제 기반 약물을 연속적으로 투여한다면, 살아남은 암세포가 좀비 상태로 변환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잔여 암세포를 완전히 사멸시킬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억제제 약물이 인체 치료에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임상시험과 유효성 검증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Gokhan Gunay (Trinity College Dublin) et al., Science Advances, 2026; doi: 10.1126/sciadv.aed4541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 the SCIENCE plu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