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악어는 살아남았고 공룡은 멸종했을까
- 지구환경 / 문광주 기자 / 2026-10-22 21:17:54
- 악어는 적응하는 대신 적도 근처로 이동
- 고대 악어의 기후 내성은 수백만 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 대멸종이 시작될 당시 많은 공룡이 온대 또는 극지방에 살았고, 제때 대피하지 못해
- 신진대사, 크기 및 생활 방식도 역할을 했다
왜 악어는 살아남았고 공룡은 살아남지 못했는가
공룡과 달리 악어는 백악기 말기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이 이제 악어의 이 생존 비밀을 밝혔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르면 고대 악어들은 기후 변화에 생물학적으로 적응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만 적응한 덕을 보았다. 즉, 따뜻한 기후대를 따라 이동한 것이다. 이것이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 당시 그들에게 결정적인 우위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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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어는 6,600만 년 전의 대형 대멸종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의 생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 사진: © Davide Bonadonna |
악어는 이미 2억 5,000만 년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공룡과 대략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다. 공룡처럼 악어의 줄기군(의주류, Pseudosuchia) 역시 수백만 년에 걸쳐 다양한 형태와 생활 방식을 발전시켰다. 그중에는 사르코수쿠스나 푸루사우루스처럼 최대 12미터에 달하는 거대 악어뿐만 아니라, 뒷발로 걷는 날렵한 포식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속에 사는 악어와 심지어 초식성 악어까지 의주류*에 속해 있었다.
*의주류(Pseudosuchia)는 조류를 제외한 현생 악어류와 그 멸종된 친척들을 포괄하는 파충류의 한 분류군(계통).
하지만 악어와 공룡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6,600만 년 전 대멸종 때 조상을 제외한 공룡들은 멸종했다. 반면 악어는 이 재앙에서 살아남았고, 그 후손들은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다. 런던 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알피오 알레산드로 키아렌자(Alfio Alessandro Chiarenza)와 동료들은 "의주류는 다섯 번의 대멸종 중 두 번과 중생대 및 신생대의 모든 기후 변동을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고대 악어의 기후 내성은 수백만 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키아렌자와 그의 연구팀은 현생 및 멸종된 악어 400여 종의 분포와 기후적 선호도를 복원했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7천여 개의 화석, 13만 마리 이상의 현생 악어 데이터, 그리고 2억 5천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구 기후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복원 결과가 활용되었다.
첫 번째 결과는 이렇다. 수백만 년 동안 악어는 기후 선호도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 키아렌자는 "그들의 커다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놀라울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었는데, 바로 기후와의 관계였다"고 말했다. 분석에 따르면 거의 모든 고대 악어는 열대 지방의 따뜻한 기후를 선호했으며, 최적의 온도 범위는 오늘날의 후손들과 비슷하게 약 23도에서 30도 사이였다. 연구진은 "따라서 오늘날 악어의 생태적 지위는 새로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적응하는 대신 이동하다.
이는 고대 악어들이 지구 역사상 거듭해서 불리한 기후 조건을 피해야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석 발견지와 그 위치에 대한 분석이 확인해 주듯, 그들은 자신의 분포를 따뜻한 기후대에 맞추어 이동했다. 후기 쥐라기, 백악기 중기, 혹은 전기 에오세와 같은 온난한 기후 시기에는 의주류가 고위도 및 극지방까지 확산되었다. 당시 유럽이었던 우리 지역에도 악어가 살았다. 반면에 서늘한 시기에는 그들의 분포가 적두(적도) 인근의 열대 지방까지 줄어들었다.
이러한 지리적 유연성은 악어가 백악기 말기의 대멸종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키아렌자는 "따뜻한 서식지에 대한 악어의 오랜 선호도는 적절한 기후 조건이 유지되는 곳, 예를 들어 적도 부근에 그들이 머물도록 이끌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어는 어떻게 충돌 겨울을 이겨냈는가
이러한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모델을 통해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의 다양한 여파를 복원했다. 그들은 충돌로 인한 재, 연기, 먼지로 인해 수년간 지속된 충돌 겨울을 시뮬레이션했다. 대안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이를 6,500만 년 전 인도 덱칸 트랩(Deccan Traps) 화산 지대의 지속적인 화산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상승 수치와 결합했다.
그리고 실제로 소행성 충돌 이후의 한랭화에도 불구하고 악어에게는 여전히 적절한 서식지가 존재했다. 태양광 도달률이 5~10% 감소하더라도 적도 주변 지역은 열대성 의주류에게 충분히 따뜻한 상태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키아렌자는 "이러한 피난처들이 나중에 다시 회복하여 확산된 개체군들을 보호했을 수 있다"고 말하며, 덱칸 트랩 화산 폭발은 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룡에게는 불리했던 조건
반면에 공룡에게 이 재앙은 그다지 원만하게 풀리지 않았다. 대멸종이 시작될 당시 많은 공룡이 온대 또는 극지방에 살았고, 그곳에서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 이들의 서식지가 너무 추워지자 공룡들은 멸종하고 말았다. 키아렌자와 그의 연구팀이 진행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당시 공룡의 서식지는 이미 열대 지방에 집중되어 있던 악어보다 훨씬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우리의 결과는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후적 최적 상태의 진화적 이동이 필요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고 적었다. 고대 악어들은 그 대신 열대 지역으로의 이른 이동 덕을 보았다. 결국 그들은 소행성 충돌이 일어났을 때 충분한 수의 의주류가 생존 친화적인 지역에 머물고 있었다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신진대사, 크기 및 생활 방식도 역할을 했다
다만 이러한 기후 선호도만으로는 악어가 살아남고 공룡이 살아남지 못한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다른 요인들도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여기에는 더 작은 신체 크기, 다소 일반화된 식성, 그리고 영양물(Detritus)에 기반한 먹이사슬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 반수생 생활 방식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공룡이 이미 온혈동물이었다는 사실도 기여했을 수 있다. 그들은 변온동물인 악어보다 에너지와 식량 수요가 더 높았다.
수석 저자인 런던 대학교의 필립 매니언(Philip Mannion)은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의 악어에게도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파충류들이 적절한 서식지로 이동함으로써 과거의 기후 변화를 이겨냈다면, 오늘날의 종들도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로, 농경지, 도시로 인한 적절한 서식지의 손실은 이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출처: Alfio Alessandro Chiarenza (University College London) et al., Science Advances, 2026; doi: 10.1126/sciadv.aeg2217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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