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의 콘서트 리뷰: [BAC 오르간] 벤자민 리게티 오르간 리사이틀
- 문화 이벤트 / 문광주 기자 / 2026-08-24 17:34:28
4분
- 전통 오르간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
- 오르간의 압도적인 규모를 앞세우기보다 각 성부를 또렷하게 드러내면서 음악의 구조를 차분하게 쌓아 올려
- 수많은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음향은 객석을 단순히 소리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울림으로 바꾸었다
부천아트센터는 2023년 5월 개관 이후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를 초청해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지닌 예술적 깊이와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BAC 오르간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지자체 건립 공연장으로는 최초로 캐나다의 카사방 프레르(Casavant Frères)가 제작한 4,576개의 파이프와 63개의 스톱, 4단 건반, 2대의 콘솔을 갖춘 대형 파이프오르간을 보유한 문화도시 부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① BAC 오르간 시리즈,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오르간의 깊이를 만나다.
2024년 6월 벤 판 우스텍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이베타 압칼나, 티에리 에스카이쉬, 스즈키 마사아키라는 거장들이 차례로 부천을 찾았다. 그리고 2026년에는 4월 카메론 카펜터에 이어 오늘, 8월 23일 처서의 밤, 스위스 출신 오르가니스트 벤자민 리게티가 부천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1982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벤자민 리게티는 유럽의 주요 성당과 오르간 페스티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금까지 800회가 넘는 연주를 이어온 연주자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기념 연주를 비롯해 툴루즈 오르그 페스티벌, 샤르트르 대성당의 기념행사 등 굵직한 무대에 초청되었으며, 로잔 생프랑수아 교회의 수석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로잔 고등음악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연주와 교육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리게티의 음악 활동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색소포니스트 앙투안 오베르송(Antoine Auberson)과의 협업이다. 티에리 에스카이쉬가 트럼페터 로맹 를뢰와 긴밀한 듀오 활동을 펼치듯, 리게티 역시 색소폰과 오르간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통해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클라베스 레코드(Claves Records)를 통한 음반 발매와 유튜브 활동, 직접적인 편곡과 작곡 작업까지 그의 음악적 행보는 상당히 폭넓다. 그러나 오늘 부천의 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처럼 화려한 경력이나 다양한 활동보다도 전통 오르간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였다.
② 바흐, 오르간으로 다시 태어난 비발디
공연의 문을 연 작품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오르간을 위해 편곡한 오르간 협주곡 A단조 BWV 593이었다. 비발디의 선명한 선율과 리듬, 그리고 바흐 특유의 치밀한 대위법이 오르간이라는 거대한 악기 안에서 한꺼번에 펼쳐졌다.
두 매뉴얼과 페달을 자유롭게 오가며 여러 성부를 동시에 통제해야 하는 이 작품은 연주자에게 고도의 테크닉뿐 아니라 각 성부의 균형과 음악적 방향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리게티의 연주는 과장되지 않았다. 오르간의 압도적인 규모를 앞세우기보다 각 성부를 또렷하게 드러내면서 음악의 구조를 차분하게 쌓아 올렸다.
비발디의 협주곡이 지닌 생동감과 바흐의 대위적 질서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오르간이 단순히 웅장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아니라 여러 음악적 층위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정교한 악기임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특히 페달을 통해 저음부가 단단하게 받쳐주는 가운데 상부 성부들이 선명하게 움직이는 순간에는 부천아트센터의 오르간이 가진 풍부한 음향적 가능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③ 길망, 오르간이 교향악이 되는 순간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알렉상드르 길망(Alexandre Guilmant)의 오르간 소나타 제1번 D단조 Op. 42에서는 바흐에서 느꼈던 구조적인 명료함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오르간은 어느 순간 거대한 관현악단처럼 변했고, 각각의 음색은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서로 다른 색채를 만들어냈다.
리게티는 이 작품에서 오르간의 웅장함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무작정 소리를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작은 음색의 변화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다이내믹까지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이 가진 교향악적 구조를 만들어냈다.
특히 음량과 음색이 점차 확장되는 순간에는 부천아트센터의 오르간이 왜 이 홀의 가장 중요한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많은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음향은 객석을 단순히 소리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울림으로 바꾸었다.
④ 거대한 악기 앞에서 오히려 담백했던 연주자
오늘 리게티의 연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과시하지 않는 태도’였다.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이고, 800회가 넘는 무대 경험을 가진 연주자라면 거대한 악기의 규모와 자신의 기량을 얼마든지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리게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작품이 요구하는 만큼만 자신을 드러냈다.
바흐에서는 음악의 구조를, 길망에서는 음색과 공간을, 그리고 오르간이라는 악기 자체가 가진 가능성을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끌어냈다. 처음 등장부터 오른발은 빨강색으로, 왼발은 검정색으로 각기 다른 색깔을 신발을 신고 나와 무슨 연극무대의 희극배우와 같았던 리게티는 교회 수련회의 친절한 선생님이나 동네 유랑극단의 마술사 같이 음악과 오르간을 친절히 건넨 전도사였다.
그가 작편곡한 <사계>와 <카르멘> 모음곡 같은 곡에서는 한글로 음차했을 때 동명이인인 리게티(Ligetti)의 <여섯 개의 바가텔>의 2악장과 같은 선법 선율(그래서 마치 우리나라의 트로트 또는 민요, 동요풍이었던)이 나왔고 유머와 비극을 오가는 개성적인 모티브와 오스티나토가 오르간 특유의 즉흥연주와 결합하였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친근한 선율의 자작곡 2개와 멘델스존의 오르간 소나타 3악장을 들려 준 앙코르는 푸근한 벤자민 리게티의 면면에 방점을 찍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끝나고 나자 유튜브에서 리게티를 검색하고 바로 구독하였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링크를 남기니(https://www.youtube.com/@BenjaminRighetti) 수고 없이 클릭 한 번으로 들어가 과거 마을의 중심인 교회나 성당에서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교하고 친교를 맺고 활동했던 오르간 주자, 칸토어를 실감 나게 체험해 보길 바란다.
評 성용원(작곡가)
사진 제공: 부천아트센터
- 전통 오르간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
- 오르간의 압도적인 규모를 앞세우기보다 각 성부를 또렷하게 드러내면서 음악의 구조를 차분하게 쌓아 올려
- 수많은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음향은 객석을 단순히 소리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울림으로 바꾸었다
리뷰: [BAC 오르간] 벤자민 리게티 오르간 리사이틀
2026년 8월 23일(일) 오후 5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프로그램>
* 비발디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오르간 협주곡 a단조 BWV 593,
* 리게티 '사계', 비발디 & 리게티 오르간을 위한 ‘글로리아’,
* 길망 - 오르간 소나타 1번 Op. 42, 비제 & 리게티 오르간을 위한 '카르멘' 모음곡,
* 앙코르: 리게티 '칸틸렌느', '작은 베네치아의 연인‘, 멘델스존 오르간 소나타 Op. 65 No. 6, 3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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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BAC 오르간 시리즈,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오르간의 깊이를 만나다.
2024년 6월 벤 판 우스텍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이베타 압칼나, 티에리 에스카이쉬, 스즈키 마사아키라는 거장들이 차례로 부천을 찾았다. 그리고 2026년에는 4월 카메론 카펜터에 이어 오늘, 8월 23일 처서의 밤, 스위스 출신 오르가니스트 벤자민 리게티가 부천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1982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벤자민 리게티는 유럽의 주요 성당과 오르간 페스티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금까지 800회가 넘는 연주를 이어온 연주자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기념 연주를 비롯해 툴루즈 오르그 페스티벌, 샤르트르 대성당의 기념행사 등 굵직한 무대에 초청되었으며, 로잔 생프랑수아 교회의 수석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로잔 고등음악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연주와 교육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리게티의 음악 활동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색소포니스트 앙투안 오베르송(Antoine Auberson)과의 협업이다. 티에리 에스카이쉬가 트럼페터 로맹 를뢰와 긴밀한 듀오 활동을 펼치듯, 리게티 역시 색소폰과 오르간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통해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클라베스 레코드(Claves Records)를 통한 음반 발매와 유튜브 활동, 직접적인 편곡과 작곡 작업까지 그의 음악적 행보는 상당히 폭넓다. 그러나 오늘 부천의 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처럼 화려한 경력이나 다양한 활동보다도 전통 오르간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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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문을 연 작품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오르간을 위해 편곡한 오르간 협주곡 A단조 BWV 593이었다. 비발디의 선명한 선율과 리듬, 그리고 바흐 특유의 치밀한 대위법이 오르간이라는 거대한 악기 안에서 한꺼번에 펼쳐졌다.
두 매뉴얼과 페달을 자유롭게 오가며 여러 성부를 동시에 통제해야 하는 이 작품은 연주자에게 고도의 테크닉뿐 아니라 각 성부의 균형과 음악적 방향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리게티의 연주는 과장되지 않았다. 오르간의 압도적인 규모를 앞세우기보다 각 성부를 또렷하게 드러내면서 음악의 구조를 차분하게 쌓아 올렸다.
비발디의 협주곡이 지닌 생동감과 바흐의 대위적 질서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오르간이 단순히 웅장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아니라 여러 음악적 층위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정교한 악기임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특히 페달을 통해 저음부가 단단하게 받쳐주는 가운데 상부 성부들이 선명하게 움직이는 순간에는 부천아트센터의 오르간이 가진 풍부한 음향적 가능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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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알렉상드르 길망(Alexandre Guilmant)의 오르간 소나타 제1번 D단조 Op. 42에서는 바흐에서 느꼈던 구조적인 명료함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오르간은 어느 순간 거대한 관현악단처럼 변했고, 각각의 음색은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서로 다른 색채를 만들어냈다.
리게티는 이 작품에서 오르간의 웅장함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무작정 소리를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작은 음색의 변화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다이내믹까지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이 가진 교향악적 구조를 만들어냈다.
특히 음량과 음색이 점차 확장되는 순간에는 부천아트센터의 오르간이 왜 이 홀의 가장 중요한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많은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음향은 객석을 단순히 소리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울림으로 바꾸었다.
④ 거대한 악기 앞에서 오히려 담백했던 연주자
오늘 리게티의 연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과시하지 않는 태도’였다.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이고, 800회가 넘는 무대 경험을 가진 연주자라면 거대한 악기의 규모와 자신의 기량을 얼마든지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리게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작품이 요구하는 만큼만 자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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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작편곡한 <사계>와 <카르멘> 모음곡 같은 곡에서는 한글로 음차했을 때 동명이인인 리게티(Ligetti)의 <여섯 개의 바가텔>의 2악장과 같은 선법 선율(그래서 마치 우리나라의 트로트 또는 민요, 동요풍이었던)이 나왔고 유머와 비극을 오가는 개성적인 모티브와 오스티나토가 오르간 특유의 즉흥연주와 결합하였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친근한 선율의 자작곡 2개와 멘델스존의 오르간 소나타 3악장을 들려 준 앙코르는 푸근한 벤자민 리게티의 면면에 방점을 찍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끝나고 나자 유튜브에서 리게티를 검색하고 바로 구독하였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링크를 남기니(https://www.youtube.com/@BenjaminRighetti) 수고 없이 클릭 한 번으로 들어가 과거 마을의 중심인 교회나 성당에서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교하고 친교를 맺고 활동했던 오르간 주자, 칸토어를 실감 나게 체험해 보길 바란다.
評 성용원(작곡가)
사진 제공: 부천아트센터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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