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의 우연 (3) "화학적 우연 : 풀러렌, 테플론, 폴리에틸렌의 자취"
- Business News / 문광주 기자 / 2025-05-03 10:20:09
3분 읽기
- 크래치머의 연구팀은 사실 수년 전에 대량의 풀러렌을 생산하는 데 우연히 성공
-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 탄생. 이 새로운 플라스틱은 몇 가지 흥미로운 화학적 특성 지녀
- 우라늄 용기에서 테플론 프라이펜, 고어텍스까지 확장 연결돼
단순히 불순물일 뿐일까?
과학자들은 탄소 기상 증착 시스템에서 두 개의 뾰족한 흑연 막대를 서로 접촉시키고 강한 전류를 흘렸다. 이로 인해 탄소 증기가 생성되었고, 이 증기는 응결되어 검댕이 되었다. 검댕의 스펙트럼은 성간 먼지의 스펙트럼과 유사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먼지의 구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대신, 그들은 흑연에서 유래할 수 없는 스펙트럼의 자외선 영역에서 이상한 흡수선을 발견했다. 더 이상의 설명을 찾지 못하자, 그들은 그 효과를 오염으로 돌렸다. 이것을 알지 못해 그들은 노벨상을 놓쳤다.
분자 축구공의 발견
거의 3년 후인 1985년, 미국의 연구원 해럴드 크로토(Harold Kroto), 로버트 컬(Robert Curl), 리처드 스몰리(Richard Smalley)는 우주 먼지를 연구하던 중 탄소로 만들어진 이상한 분자 형태를 발견했다. 이론적으로 이 구조는 오각형과 육각형으로 이루어져 일종의 분자 축구공과 같은 구를 형성함에 틀림이 없었다.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Burkminstr Filler)의 지오데식 돔을 참고하여 이 새로운 분자는 버크민스터풀러렌(Buckminsterfullerene)이라고 명명되었다.
레이저 공정을 이용한 풀러렌의 수율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크로토, 컬, 스몰리는 예측된 구조를 실제로 증명할 만큼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1985년 "네이처" 저널에 그 구조에 관한 결과와 이론을 발표했다.
크래치머와 그의 동료 도널드 허프만(Donald Huffmann)도 하이델베르크에서 이 논문을 읽었다. 처음으로 그들은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 "오염"이 다른 현상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크래치머의 연구팀은 사실 수년 전에 대량의 풀러렌을 생산하는 데 우연히 성공했다. 1996년, 스몰리, 컬, 크로토는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크래치머와 허프만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우주 비행이 주부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1938년 어느 날 저녁, 미국의 화학자 로이 플런킷(Roy Plunkett)은 실험실을 나서면서 냉장고에 가스통을 넣는 것을 잊었다. 당시 그는 냉장고용 새로운 냉매를 찾고 있었고 다양한 불소 화합물을 실험하고 있었다.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Tetra-Fluor-Ethylen)이 담긴 가스통은 밤새 실험실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다음 날 아침, 실린더 안에 가스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플런킷은 전날 저녁까지 가스 실린더가 거의 가득 찼었기에 놀랐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그는 호기심이 많아 병을 열어 원인을 파악했다. 용기 안에서 플런킷은 흰색 가루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그는 가스 분자들이 서로 결합돼 긴 사슬로 중합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Ethylen)이 탄생했다. 이 새로운 플라스틱은 몇 가지 흥미로운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알려진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다.
우라늄 용기에서 프라이팬까지
22년 후, 한 핀란드 회사가 이 소재를 프라이팬 코팅재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현재 테플론(Teflo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이 플라스틱은 그 전에도 우라늄 처리 과정에서 용기와 파이프의 보호 코팅재로 사용되어 왔다. 테플론 프라이팬이 주방을 정복한 지 1년 후, 테플론은 우주 비행에도 사용되었다.
미국 엔지니어 밥 고어(Bob Gore)가 테플론을 얇은 막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플라스틱은 우주 비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어는 이렇게 발수성 고어텍스를 발명했다. 테플론은 오늘날 의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심장 판막이나 인공 관절과 같은 고어텍스 임플란트는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플런킷이 당시 가스통을 실험실에 남겨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마가린 포장재의 우연
소풍:
보온병에서 커피를 플라스틱 컵에 따르고, 랩에서 빵을 꺼내 플라스틱 칼을 사용하여 마가린을 발라준다. 하지만 폴리에틸렌이 없었다면 플라스틱 컵도, 보온병도, 랩도, 플라스틱 칼도, 마가린 포장재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연이 폴리에틸렌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20세기 초, 합성 플라스틱은 단순한 유기 원료에서 처음 생산되었다. 1933년에는 폴리에틸렌이 초고압 하에서 처음 생산되었지만, 1939년에는 수요가 급증하여 연간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더 충족할 수 없게 되었다. 화학자들은 폴리에틸렌 합성을 단순화하고 생산 속도를 높일 방법을 열렬히 연구했다.
깨끗한 용기, 예상치 못한 이점
이 문제를 해결한 연구자 중 한 명은 독일 뮐하임 안 데어 루르(Mülheim an der Ruhr)에 있는 막스 플랑크 석탄 연구소의 카를 지글러(Karl Ziegler)였다. 테플론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그는 또한 원치 않는 사건으로부터 이득을 얻었다. 어느 날, 지글러는 자신의 실험에서 에틸렌 분자가 긴 사슬을 형성하지 않고 두 분자의 응집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글러의 동료 중 한 명이 반응이 일어날 압력 용기를 질산으로 끊임없이 세척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는 매우 깨끗해졌지만, 산은 소량의 니켈을 용해시켰다. 이로 인해 중합 반응이 조기에 중단되었다. 이후 지글러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효과를 다른 금속에서도 시험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으로 그는 1963년 노벨상을 수상했고, 플라스틱 장난감과 수많은 플라스틱 포장재가 인류에게 보급되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지글러는 반응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하는 금속을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플라스틱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발전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계속)
- 크래치머의 연구팀은 사실 수년 전에 대량의 풀러렌을 생산하는 데 우연히 성공
-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 탄생. 이 새로운 플라스틱은 몇 가지 흥미로운 화학적 특성 지녀
- 우라늄 용기에서 테플론 프라이펜, 고어텍스까지 확장 연결돼
화학적 우연: 풀러렌, 테플론, 폴리에틸렌의 자취를 따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별에서 방출되는 빛의 일부만 보인다. 나머지는 성간 먼지에 흡수된다. 그렇다면 이 별 먼지는 실제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이 질문은 1980년대 초 하이델베르크 막스 플랑크 핵물리학 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 볼프강 크래치머(Wolfgang Krätschmer)와 그의 연구팀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다른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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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머리 성운이라 불리는 이 성운은 성간 먼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별들을 가린다. © Ken Crawford/ CC-by sa 3.0 |
단순히 불순물일 뿐일까?
과학자들은 탄소 기상 증착 시스템에서 두 개의 뾰족한 흑연 막대를 서로 접촉시키고 강한 전류를 흘렸다. 이로 인해 탄소 증기가 생성되었고, 이 증기는 응결되어 검댕이 되었다. 검댕의 스펙트럼은 성간 먼지의 스펙트럼과 유사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먼지의 구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대신, 그들은 흑연에서 유래할 수 없는 스펙트럼의 자외선 영역에서 이상한 흡수선을 발견했다. 더 이상의 설명을 찾지 못하자, 그들은 그 효과를 오염으로 돌렸다. 이것을 알지 못해 그들은 노벨상을 놓쳤다.
분자 축구공의 발견
거의 3년 후인 1985년, 미국의 연구원 해럴드 크로토(Harold Kroto), 로버트 컬(Robert Curl), 리처드 스몰리(Richard Smalley)는 우주 먼지를 연구하던 중 탄소로 만들어진 이상한 분자 형태를 발견했다. 이론적으로 이 구조는 오각형과 육각형으로 이루어져 일종의 분자 축구공과 같은 구를 형성함에 틀림이 없었다.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Burkminstr Filler)의 지오데식 돔을 참고하여 이 새로운 분자는 버크민스터풀러렌(Buckminsterfullerene)이라고 명명되었다.
레이저 공정을 이용한 풀러렌의 수율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크로토, 컬, 스몰리는 예측된 구조를 실제로 증명할 만큼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1985년 "네이처" 저널에 그 구조에 관한 결과와 이론을 발표했다.
크래치머와 그의 동료 도널드 허프만(Donald Huffmann)도 하이델베르크에서 이 논문을 읽었다. 처음으로 그들은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 "오염"이 다른 현상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크래치머의 연구팀은 사실 수년 전에 대량의 풀러렌을 생산하는 데 우연히 성공했다. 1996년, 스몰리, 컬, 크로토는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크래치머와 허프만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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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자 축구공의 예: 풀러렌 C540. © Brian0918/ 퍼블릭 도메인 |
우주 비행이 주부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1938년 어느 날 저녁, 미국의 화학자 로이 플런킷(Roy Plunkett)은 실험실을 나서면서 냉장고에 가스통을 넣는 것을 잊었다. 당시 그는 냉장고용 새로운 냉매를 찾고 있었고 다양한 불소 화합물을 실험하고 있었다.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Tetra-Fluor-Ethylen)이 담긴 가스통은 밤새 실험실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다음 날 아침, 실린더 안에 가스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플런킷은 전날 저녁까지 가스 실린더가 거의 가득 찼었기에 놀랐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그는 호기심이 많아 병을 열어 원인을 파악했다. 용기 안에서 플런킷은 흰색 가루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그는 가스 분자들이 서로 결합돼 긴 사슬로 중합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Ethylen)이 탄생했다. 이 새로운 플라스틱은 몇 가지 흥미로운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알려진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다.
우라늄 용기에서 프라이팬까지
22년 후, 한 핀란드 회사가 이 소재를 프라이팬 코팅재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현재 테플론(Teflo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이 플라스틱은 그 전에도 우라늄 처리 과정에서 용기와 파이프의 보호 코팅재로 사용되어 왔다. 테플론 프라이팬이 주방을 정복한 지 1년 후, 테플론은 우주 비행에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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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프론 코팅 팬에서는 계란 프라이와 팬케이크가 달라붙지 않는다. © Konstik/ GettyImages |
미국 엔지니어 밥 고어(Bob Gore)가 테플론을 얇은 막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플라스틱은 우주 비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어는 이렇게 발수성 고어텍스를 발명했다. 테플론은 오늘날 의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심장 판막이나 인공 관절과 같은 고어텍스 임플란트는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플런킷이 당시 가스통을 실험실에 남겨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마가린 포장재의 우연
소풍:
보온병에서 커피를 플라스틱 컵에 따르고, 랩에서 빵을 꺼내 플라스틱 칼을 사용하여 마가린을 발라준다. 하지만 폴리에틸렌이 없었다면 플라스틱 컵도, 보온병도, 랩도, 플라스틱 칼도, 마가린 포장재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연이 폴리에틸렌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20세기 초, 합성 플라스틱은 단순한 유기 원료에서 처음 생산되었다. 1933년에는 폴리에틸렌이 초고압 하에서 처음 생산되었지만, 1939년에는 수요가 급증하여 연간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더 충족할 수 없게 되었다. 화학자들은 폴리에틸렌 합성을 단순화하고 생산 속도를 높일 방법을 열렬히 연구했다.
깨끗한 용기, 예상치 못한 이점
이 문제를 해결한 연구자 중 한 명은 독일 뮐하임 안 데어 루르(Mülheim an der Ruhr)에 있는 막스 플랑크 석탄 연구소의 카를 지글러(Karl Ziegler)였다. 테플론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그는 또한 원치 않는 사건으로부터 이득을 얻었다. 어느 날, 지글러는 자신의 실험에서 에틸렌 분자가 긴 사슬을 형성하지 않고 두 분자의 응집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글러의 동료 중 한 명이 반응이 일어날 압력 용기를 질산으로 끊임없이 세척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는 매우 깨끗해졌지만, 산은 소량의 니켈을 용해시켰다. 이로 인해 중합 반응이 조기에 중단되었다. 이후 지글러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효과를 다른 금속에서도 시험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으로 그는 1963년 노벨상을 수상했고, 플라스틱 장난감과 수많은 플라스틱 포장재가 인류에게 보급되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지글러는 반응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하는 금속을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플라스틱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발전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계속)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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