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화석과 종유석 (2) "메셀에서 왜 그토록 많은 동물들이 죽었을까?"

지구환경 / 문광주 기자 / 2025-10-16 10: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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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는 수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강렬한 열기로 물이 갑자기 증발해 수증기 폭발
- 지각에 깊이 300~400m, 너비 1,500m의 거대한 분화구 생겨 물로 채워지고 호수 형성
- 메셀 피트에서 발견된 많은 화석이 봄이나 여름에 죽은 것으로 보인다
- 화산 가스와 산소를 고갈시키는 유기물 퇴적물이 심해를 생명체에게 더욱 적대적인 환경

치명적인 열대 낙원
메셀에서 왜 그토록 많은 동물들이 죽었을까?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눈에 띄지 않는 메셀 핏(pit)에 왜 그토록 많은 고생물학적인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까? 그 이유를 알아내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4천 8백만 년 전, 에오세 중기였다. 당시 메셀 주변에는 상록 열대 우림이 펼쳐져 있었다.

열대 낙원

공기는 따뜻하고 습하며, 오늘날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사초, 버드나무, 양치식물이 우거진 습지 사이로 야자수가 우뚝 솟아 있고, 덩굴식물과 겨우살이가 시야를 가린다. 현대 비단뱀과 보아뱀의 친척인 구렁이는 나무 위에서 먹이를 기다린다. 악어는 땅을 기어 다니고, 플라밍고와 날지 못하는 두루미는 얕은 웅덩이에서 먹이를 찾아 이 지역을 활보한다. 선사시대 말과 다양한 포유류들이 열대우림의 빈터를 가로질러 뛰어다닌다. 이 지역은 열대 낙원이다. 

▲ 이 단면도는 메셀층이 퇴적되었을 당시 메셀 피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 PePeEfe; Gretarsson/ CC-by-sa 3.0

열대우림 한가운데에는 둥근 호수, 선사시대 메셀 핏이 있다. 이 물웅덩이의 고요한 수면은 마치 상쾌한 수영을 하게끔 유혹한다. 실제로 호수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둑에서는 개구리가 울고, 잔잔한 물 위로 곤충들이 스치듯 헤엄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은 기만적이다. 이 호수에는 다소 극적인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비밀을 품은 호수

이 호수는 불과 수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되었다. 지구의 맨틀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솟아올라 지표면 수백 미터 아래 지하수를 만났다. 강렬한 열기로 물이 갑자기 증발하면서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 지각에 깊이 300~400미터, 너비 1,500미터의 거대한 분화구가 생겼다. 이 분화구는 점차 물로 채워졌고, 호수가 형성되었다.

약 4천 8백만 년 전, 메셀에 있는 이 선사 시대 호수는 온갖 생물의 서식지이자 물웅덩이였다. 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여러 동물이 물속으로 가라앉아 다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거북이나 악어처럼 수영을 잘하는 동물들도 그중 하나다. 심지어 부주의하게 해안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새들조차 위험에 처한 것처럼 보엿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고생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 의문을 놓고 고심했지만 허사였다. 유일하게 분명한 것은 호수에 가라앉은 동물들이 금세 죽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의 좋은 상태와 종종 배가 가득 찬 것은 쇠약이나 장기간의 질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젠켄베르크 연구소 연구원들이 발굴 작업을 하던 현장에서 지하수가 표면으로 드러났다. © Mar del Sur/ CC-by-sa 3.0

독살?

호수의 과거 화산 활동을 고려할 때, 연구자들은 처음에는 유독성 화산 가스를 의심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에도 니오스 호수와 같은 아프리카의 일부 분화구 호수에서 발생한다. 그곳에서는 화산 분출구에서 이산화탄소가 상승하여 처음에는 호수 바닥에 쌓인다. 그러나 때때로 이러한 가스는 농축된 형태로 상승하여 호수나 호숫가에 있는 모든 것을 질식시킨다. 선사 시대 메셀 호수 아래에서도 이러한 가스가 상승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2004년, 위가르트 폰 쾨닉스발트가 이끄는 본 대학교 연구진은 또 다른 원인, 즉 독성 남조류를 제시했다. 남조류가 대량으로 번식하면 호수 표면에 독성 거품이 생성되어 물을 마시는 육상 동물과 조류를 즉시 죽일 수 있다. 연구진은 메셀 피트에서 발견된 많은 화석이 봄이나 여름에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대량 번식의 증거를 찾았다.

교미 중 사망

그러나 2012년의 발견은 이러한 가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생물학자들은 메셀 피트의 오일 셰일에서 교미 중 죽은 여러 쌍의 거북이를 발견했다. 죽은 상태에서도 등껍질의 뒷부분이 서로 눌려 있었다. 수컷은 때때로 꼬리를 암컷 등껍질 속으로 말아 넣어 짝의 옆에 두기도 하는데, 이는 연갑거북의 전형적인 짝짓기 자세다.

튀빙겐 대학교의 월터 조이스와 그의 동료들은 "거북이들이 자발적으로 독성 물에서 헤엄치고, 결국 그곳에서 짝짓기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거북이의 짝짓기 시즌인 여름철에 호수에서 독성 조류가 대량 발생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연구진에 따르면, 짝짓기를 하던 거북이들이 죽은 것은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시사한다. 그들은 위험이 수면이 아니라 호수 바닥 근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 이 사진은 메셀 피트의 4,700만 년 된 오일 셰일에서 발견된 선사 시대 거북이 아홉 쌍의 교미 모습 중 하나다. 수컷은 오른쪽에 있으며 암컷보다 약간 작다. 암컷은 등껍질 뒤쪽 가장자리에서 수컷과 붙어 있다. ©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 프랑크푸르트

치명적인 심해

메셀 호수는 규모는 작았지만 수심이 수백 미터에 불과했기 때문에 깊은 수층에는 산소가 거의 도달하지 못했다. 화산 가스와 산소를 고갈시키는 유기물 퇴적물이 심해를 생명체에게 더욱 적대적인 환경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지역으로 가라앉은 동식물은 치명적인 위험에 처했다. 이는 선사 시대 거북이처럼 종종 죽음으로 이어졌다.

조이스는 "수컷 거북이가 암컷 거북이 위에 올라타면, 두 마리는 보통 꽤 오랫동안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마리는 상당한 깊이까지 가라앉을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선사 시대 거북이들이 무해한 호수 표면수에서 교미를 시작했지만, 더 깊고 독성이 강한 층으로 가라앉아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선사 시대 거북이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에게 치명적이었지만, 호수의 이 "함정"은 4천 8백만 년 전의 삶에 대한 독특한 통찰을 제공한다. 메셀 피트에서 발견된 화석 중 일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방문자 센터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이 독특한 고생물학의 보고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계속)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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