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물 속 플라스틱, 지질학적 마커(marker)가 될까
- 지구환경 / 문광주 기자 / 2026-10-26 16:48:31
- 제각각인 플라스틱 종류… "각각의 플라스틱이 고유한 시대를 말한다"
-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인류의 타임스탬프(Time Stamp)
- 피할 수 없는 한계: '플라스틱의 이동'과 표준화의 과제
- 미세플라스틱이 방사성 물질 낙진 등 기존의 다른 환경 지표들과 결합할 때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보조적 지질학적 마커'로 기능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인류의 타임스탬프가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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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유형의 폴리머 및 플라스틱 인공물이 지층에 나타나는 양상을 예시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이는 1950년대 '대가속(Great Acceleration)'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퇴적물 속에 축적되어 온 매우 다양한 플라스틱을 개괄적으로 나타낸다. 화살표는 시추 코어가 홀로세(아래 방향)와 인류세에 형성된 새로운 퇴적층(위 방향) 모두를 포함하고 있음을(출처:Microplastics and the Anthropocene: Towards a new class of planetary markers / Earth-Science Reviews / October 2026) 의미한다. |
호수, 강, 그리고 바다 바닥에 쌓이는 퇴적물은 지구의 환경 역사를 기록하는 거대한 아카이브다. 지질학자들은 이곳에서 자연적인 물질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미세한 흔적들을 발견해 왔다. 독일 연구팀이 호수와 바다 바닥에 가라앉은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미래에 인류의 환경 개입 시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질학적 시계(타임스탬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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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호주 에메랄드 해변(Emerald Beach)의 해안 퇴적층(berm)에 박혀 있는 흰색 플라스틱 필름 조각; (B) 독일 니엔하겐 해변(Nienhagen Beach)의 퇴적층 사이에 갇힌 플립플랍(샌들). 사진 제공: Ralf Prien, IOW; (C) 스페인 바스크 지방 고론다체 해변(Gorrondatxe Beach)의 해안 퇴적층에 박혀 있는 흰색 플라스틱 필름 조각; (D) 스페인 바스크 지방 고론다체 해변의 암석 속에 고착된 파란색의 단단한 플라스틱 조각. 크기 비교를 위해, (A)의 립밤은 약 5cm, (C)와 (D)의 펜은 약 14cm, (B)의 플립플랍은 약 28cm 길이이다. 사진 A, C, D는 JA Ivar do Sul이 촬영하였다. (출처:Microplastics and the Anthropocene: Towards a new class of planetary markers / Earth-Science Reviews / October 2026) |
퇴적물 속 플라스틱, 인류세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까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함과 동시에, 지구에는 인류의 영향력이 거대해진 시대를 뜻하는 '인류세'의 흔적들이 쌓였습니다. 과거에는 핵실험으로 발생한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 이 시기의 기준점 역할을 했다.
독일 바르네뮌데 소재 라이프니츠 동해연구소(IOW)의 줄리아나 이바르 도 술(Juliana Ivar do Sul)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다양한 퇴적물 연구 데이터를 통합하여,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어떻게 지질학적 퇴적층의 시간적 구분선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플라스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특정 플라스틱 종류의 양적 변화, 연관된 플라스틱 유형의 발달 과정, 그리고 특정 소재의 최초 및 최종 등장 시점을 조합해 시층(層)의 생성 시기를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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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표층수 내 미세플라스틱의 존재 현황. 이 그림의 각 파란색 사각형은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된 지점을 나타내며,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란색 사각형이 표시되지 않은 지역은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분석 보고가 없음을 나타낸다.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이 현재 해양 퇴적물 전반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출처:Microplastics and the Anthropocene: Towards a new class of planetary markers / Earth-Science Reviews / October 2026) |
제각각인 플라스틱 종류… "각각의 플라스틱이 고유한 시대를 말한다"
1마이크로미터에서 5밀리미터 사이의 크기를 가진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대형 플라스틱이 부서지거나 애초에 미세하게 제조되어 환경에 유입된다.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가 역사상 서로 다른 시기에 대량 생산되고 퍼져나갔기 때문에, 퇴적물 속 플라스틱의 구성 비율은 곧 그 층이 형성된 시기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실제로 일본 볏푸만(Beppu Bay)의 퇴적물 아카이브에서는 지난 75년간 산업 호황에 따른 플라스틱 파편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 샤먼만(Xiamen Bay)의 퇴적층은 하수 처리 방식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쏟아져 나온 수많은 마스크와 일회용품들도 먼 훗날 퇴적물 속에서 특유의 역사적 흔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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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한계: '플라스틱의 이동'과 표준화의 과제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완벽한 지질학적 시계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플라스틱의 사후 이동(Wander)이다. 물살의 흐름, 퇴적층 내부의 공극수(Pores water), 그리고 바닥을 파헤치는 저서생물들로 인해 오래된 층과 비교적 최근의 층이 뒤섞일 수 있다. 이 경우 플라스틱이 실제 제조되기도 훨씬 이전의 시기 층에서 발견되는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연구 시 샘플링 과정에서의 오염이나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크기 분류 기준 및 검출 방식을 사용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단독으로 완벽한 단독 증거가 되기보다는, 방사성 물질 낙진 등 기존의 다른 환경 지표들과 결합할 때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보조적 지질학적 마커'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arth-Science Reviews에 게재되었으며, 라이프니츠 동해연구소(IOW)와 라이프니츠 공동체(Leibniz Association)의 공식 발표를 통해 조명되었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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