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페리토 모레노 빙하, 발판 잃어

지구환경 / 문광주 기자 / 2025-08-08 14: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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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세계적으로 유명,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 빙하는 해발 2,850m의 안데스산맥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부터 해발 190m의 아르헨티나 최대 호수인 아르헨티노 호수까지 30km가 넘게 펼쳐져 있다.
- 빙하 녹는 속도 16배 빨라져

파타고니아: 페리토 모레노(Perito-Moreno)빙하, 발판 잃어
기후 변화는 지금까지 가장 안정적인 빙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상징: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오랫동안 특히 안정적이고 기후 변화에 강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그마저도 끝났다. 새로운 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 빙하는 불과 몇 년 전보다 약 16배 더 빠르게 녹고 있다. 이는 빙하 기저부의 변화로 인해 빙하 유실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빙하의 길이가 수 킬로미터까지 줄어들 수 있다. 

▲ 2022년 4월, 마갈라네스 반도의 방문객 지점에서 본 빙하 끝. © Moritz Koch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빙하로,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빙하의 얼음은 파타고니아를 가로질러 해발 2,850m의 안데스산맥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부터 해발 190m의 아르헨티나 최대 호수인 아르헨티노 호수까지 30km가 넘게 펼쳐져 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정말 얼마나 특이한 곳일까?

파타고니아의 많은 인근 빙하와 달리,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지금까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빙하 전면은 100m도 채 후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녹는 속도는 증가했다. 그렇다면 최근 빙하는 실제로 얼마나 많이 녹았을까? 그리고 그 이유는?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교 에를랑겐-뉘른베르크 캠퍼스의 모리츠 코흐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 문제를 조사했다.
▲ 연구원들은 빙하 표면을 걸으며 기준 측정을 실시했다. © Moritz Koch

연구진은 헬리콥터를 타고 페리토 모레노 빙하 상공을 비행하며 레이더를 이용하여 빙하의 두께와 그 아래 암석의 지형을 측정했다. 또한 빙하의 앞쪽에 있는 호수의 두 지류를 지도화했다. 또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여 빙하 표면의 변화와 유속을 파악했다.

빙하 녹는 속도 16배 빨라져

결과: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빙하의 하단은 연간 34cm씩만 얇아졌다. 그러나 2019년에서 2024년 사이에 그곳의 빙하는 매년 5.50m의 얼음 두께를 잃었는데, 이는 이전 수십 년보다 16배 이상 많은 수치다. 빙하 끝부분의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이 특히 심하게 녹았다. 연구팀은 2019년 이후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혀 끝부분이 최대 800m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과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위치, 기반암 지형과 전선 변화 (출처:Published: 07 August 2025 / The state and fate of Glaciar Perito Moreno Patagonia / Communications esrth & Environment)

하지만 이러한 역전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빙하가 이전보다 더 빨리 녹는 이유는 무엇이며, 지금까지 빙하를 안정시킨 것은 무엇일까? 우선 지구 온난화로 인해 파타고니아의 기온도 상승했다. 코흐와 그의 동료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빙하 끝부분 근처에서 측정된 기온은 10년마다 섭씨 0.2도씩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기술했다. 이것이 그곳의 빙하 녹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고정점이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안정화시켰다.

데이터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아래 지하에도 특이점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지형적 랜드마크는 빙하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빙하의 후퇴를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었다."라고 기술했다.

예를 들어, 빙하 설(glacier tongues)은 과거에는 빙퇴석, 즉 호숫가에 쌓인 잔해 더미에서 끝나곤 했다. 이 능선은 빙하를 지탱하고 차가운 녹은 물과 따뜻한 호수의 물이 섞이는 것을 늦추었다. 그러나 코흐와 그의 연구팀이 발견했듯이, 이러한 직접적인 얼음-암석 접촉은 수년 전부터 사라졌다. 대신 빙하설은 이제 태양과 바람에 의해 가열된 호수물에 완전히 노출되어 녹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한다.

지금까지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안정시킨 또 다른 랜드마크는 얼음 아래의 큰 능선이었다. 연구팀은 빙하 기저 아래의 이 고지대가 아르헨티노 호수에 있는 마가야네스 반도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빙하는 그 위에 무게를 실어 얹혀 있는데, 이것이 빙하가 비정상적으로 기후 변화에 잘 견디는 이유 중 하나다.
▲ 2024년 10월, 마가야네스 반도에서 바라본 페리토 모레노 빙하. 왼쪽은 브라조 리코, 오른쪽은 아르헨티노 호수의 두 지류인 템파노스 운하. © Moritz Koch

빙하가 떠오를 때

하지만 빙하 기저부에 있는 이 고정 장치는 곧 과거의 유물이 될 수 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현재 속도로 계속 녹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상당한 무게를 잃을 수 있다. 기저부에 쌓이는 융해수가 빙하를 너무 높이 들어 올려 빙저능선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

그러면 빙하가 기저부에 떠서 상류층까지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더 빠르게 흘러내리게 된다. 이는 결국 빙하 끝부분의 빙하 분리를 가속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은 궁극적으로 부력에 의한 빙하 분리 증가로 이어진다"고 기술했다.

이웃 빙하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이러한 변화로 인해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짧은 시간 안에 수 킬로미터의 빙하를 잃을 수 있다. 과거에도 이웃 빙하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코흐의 팀은 "예를 들어, 비에드마, 우프살라, 오히긴스 빙하도 이전 고정 지점에서 떨어져 나간 후 점차 후퇴하는 단계를 거쳤다."라고 기술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에서 정확히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빙하가 미끄러지는 동안 새로운 고정점을 찾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구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빙하 중 하나인 이 빙하의 불안정한 균형을 강조한다."

참고: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5; doi:10.1038/s43247-025-02515-7)
출처: Springer Nature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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