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생명의 흔적을 인식하다

기술 / 문광주 기자 / 2023-09-27 13:29:47
5'00" 읽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최초로 생물 분자와 비생물 분자의 구별이 가능

AI가 생명의 흔적을 인식하다
분석 시스템을 통해 최초로 생물 분자와 비생물 분자의 구별이 가능해졌다.


실제 삶의 흔적이 있을까? 유기 분자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그것이 생물학적 기원인지 비생물학적 기원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는 화성 및 기타 외계 샘플 현장에도 적용된다. 이제 연구자들은 최초로 약 90%의 확실성으로 생명체의 실제 분자 흔적을 식별할 수 있는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다른 행성의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 뿐 아니라 지구상 최초의 미세화석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준다. 

▲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에서 발견한 유기 분자는 생명체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순전히 지구화학적으로 만들어졌나을까? 이제 새로운 분석 시스템이 이를 명확히 할 수 있다. © NASA/JPL-Caltech/MSSS

단세포 생명체의 화석 유물을 어떻게 인식할까? 미생물과 단순한 다세포 유기체에는 골격이나 광물 껍질이 없기 때문에 암석의 작은 흔적과 생체 분자의 화학적 잔해 외에는 더 많은 잔해가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잠재적 미세화석은 호주의 35억 년 된 암석, 그린란드의 37억 년 된 녹암지대, 캐나다 북부의 40억 년 된 암석층 등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가능한 생명의 흔적 중 상당수가 순전히 지구화학적 과정을 통해 비생물적으로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또한 필라멘트 또는 구형 구조와 유기 분자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에서 유기 분자를 검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화성에서도 이러한 분자가 생물학적 기원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직 불가능하다.

생명의 "화학적 규칙"이 있을까?

이제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카네기 과학 연구소의 James Cleaves가 이끄는 연구원들은 생명의 실제 분자 흔적과 비생물학적으로 형성된 유기 분자를 구별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분석 방법은 외계 생명체 탐색에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지구상 최초 생명체의 기원과 화학적 성질에 대한 지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카네기 연구소의 수석 저자인 로버트 하젠(Robert Hazen)은 말했다.

새로 개발된 방법의 출발점은 '생명의 화학적 규칙'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분자의 생물학적 합성으로 인해 비생물적 분자와 다른 분포와 구성이 나타날 수 있을까? “무생물 시스템의 분자와는 달리, 생명체의 유기적 구성 요소는 그 기능에 따라 선택되었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한다. “따라서 이러한 진화적 선택은 순수한 비생물적 과정의 결과와는 달리 생물 분자에 대해 다른 빈도 분포를 야기해야 한다.”
▲ 서호주의 이 부싯돌에는 지구 최초의 유기체에서 유래했을 수 있는 탄소질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 분자가 실제로 생물학적 기원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다. © Carnegie Institution

화학적 분석과 AI 평가의 결합

이러한 차이점을 밝혀내기 위해 Hazen과 그의 팀은 이미 일반적인 화학 분석 방법과 AI 기반 평가를 결합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샘플은 전자 충격 질량 분석법(Pyr-GC-EI-MS)과 결합된 소위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샘플은 먼저 서서히 가열된 다음 약 600도에서 열분해된다. 방출된 화학물질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 분석법을 사용하여 측정된다. Curiosity 및 Perseverance와 같은 화성 탐사선에도 Pyr-GC-EI-MS 모듈이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적응형 알고리즘을 사용해 분석 결과를 통해 숨길 수 없는 분포와 빈도 패턴을 조사했다.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기 위해 134개의 생물학적 및 비생물학적 테스트 샘플 세트에서 95개를 선택했다. 샘플은 머리카락, 곤충, 쌀알, 뼈 및 질기와 같은 살아있는 조직, 석탄, 석유, 호박 및 화석과 같은 화석 생물 물질, 운석 및 실험실의 비생물적 유기 분자에서 채취되었다.

적중률 90%로 차별화

실제로 AI 시스템은 다양한 샘플 카테고리 간의 중요한 차이점을 식별했다. 다양한 분석 제품의 비율을 기반으로 적응형 알고리즘은 훈련에 사용되지 않은 39개의 테스트 샘플을 대체로 정확하게 할당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134개 샘플 모두의 정확도가 90%였다고 팀은 보고했다. "이것은 다른 세계에서도 생명의 생화학적 특징을 탐지하는 능력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다"고 Hazen은 말했다.

“정말 놀랐던 점은 우리가 생물적 또는 비생물적이라는 두 가지 샘플 유형에 대해서만 모델을 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은 비생물, 살아있는 생물, 화석 생물이라는 세 가지 샘플 범주까지 식별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신선한 생물학적 샘플과 생물 유래 화석 유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혼합물이다

그러나 실제 생명체의 흔적과 비생물적 분자를 구별하는 화학적 특성은 무엇일까? 연구원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중요한 특징은 수용성 유기 분자와 불용성 유기 분자의 혼합물이다. “살아 있는 세포를 그 구성 요소로 분해하면 수용성 분자와 불용성 분자의 특징적인 혼합물을 얻게 된다.” 또한 세포에는 극성 및 비극성 분자뿐만 아니라 당 기반의 생체 분자와 펩타이드의 전형적인 혼합물이 있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모든 분자는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도 생성될 수 있다. 그러나 팀이 설명하는 것처럼 다양한 분자 클래스의 분포는 생물학적 샘플의 분포와 크게 다르다. “이것은 생화학이 근본적인 수준에서 비생물적 유기화학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 Cleaves는 말했다.

지구와 화성의 잠재적 생명 분자에 대한 명확성

연구원들에 따르면, 이 방법은 처음으로 분자 수준에서 육상 및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모두 확실하게 식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이것은 이제 호주와 캐나다 북부의 수십억 년 된 미세화석이 실제로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나온 것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Hazen은 “우리는 이미 우리의 방법을 사용하여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화성 등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화성 탐사선 Curiosity와 Perseverance 두 대의 SAM 분석 모듈은 이미 필요한 Pyr-GC-EI-MS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있다. Cleaves는 “우리 방법을 SAM 프로토콜에 약간 적용해야 하지만 화성에 생물학적 기원의 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이미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마침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질 수 있다.
▲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는 게일 크레이터(Gale Crater)의 스팀슨 사암층(Stimson Sandstone Formation)에서 이론적으로 생물학적 기원이 있을 수 있는 유기 분자를 발견했다. © NASA/JPL-Caltech/MSSS

외계 생명체 탐색에 도움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외계 행성과 외계 생물권에서 생명체가 우리가 지구에서 알고 있는 것과 매우 다르더라도 더 쉽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Hazen은 말한다. "이 방법은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로봇 탐사선, 착륙선, 탐사선의 스마트 센서에 대한 길을 열어준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지상 질문에 대한 답도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연구원은 “우리는 광대한 가능성의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과학자들 역시 새로운 시스템이 똑같이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토론토 대학의 지구과학자인 다니엘 그레고리(Daniel Gregory)는 “이러한 발전은 우리에게 다른 행성뿐만 아니라 지구 역사의 먼 시기에 생명체를 식별하는 데 중요한 도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307149120)
출처: Carnegie Science Earth and Planets Laboratory, Goldschmidt Conference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 the SCIENCE plu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