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가 밝혀낸 우주에서 가장 생명 친화적인 구역
- 기초과학 / 문광주 기자 / 2026-10-07 10:03:53
- 시뮬레이션 결과, 은하수 크기의 은하가 생명체 서식에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 생명체가 살기 위한 우주적 조건과 '은하 골디락스 존'
- 은하의 질량과 우주적 재앙의 균형점
- 이번 연구 결과가 외계 생명체의 실제 존재나 수치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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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AGLE 시뮬레이션에서 은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시뮬레이션은 수십억 년에 걸쳐 별, 가스, 중원소, 블랙홀의 생성과 변화를 재현한다. © The EAGLE project/Durham University |
모든 은하가 지속 가능한 생명 친화적 행성을 위한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우주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 은하(은하수) 규모의 은하들이 생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보존하는 데 특히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모델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그 발생 확률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은하는 생명 서식에 유리한 영역에 위치해 있다.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숙주 별 주위를 적절한 거리에서 회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근의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밀집된 별들의 조우, 활성화된 블랙홀 등은 다른 조건이 적합한 행성이라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므로, 보다 넓은 우주적 환경 역시 결정적인 요소다. 동시에 행성이 형성되려면 이전 세대의 별들에 의해 우주 공간에 축적된 중원소(heavy elements)가 충분히 존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하 수준에서도 일종의 '생명 친화적 지대(Galactic Habitable Zone)'가 형성된다. 은하 외곽은 중원소가 부족해 암석 행성이 만들어지기 어렵고, 밀도가 높고 에너지가 과도한 지역은 우주적 위험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균형이 수십억 년에 걸쳐,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은하에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가상 우주를 통해 분석했다.
생명 지도로서의 가상 우주
호주 서시드니 대학교(WSU)의 루크 A. 반스(Luke A. Barnes)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은하와 블랙홀의 형성, 그리고 가스·별·중원소의 진화를 추적하는 우주론 시뮬레이션 EAGLE(Evolution and Assembly of GaLaxies and their Environments)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 적합한 행성의 형성 조건과 5가지 우주적 위험 요소에 대한 가정을 추가했다.
고려된 위험 요소는 코어 붕괴 초신성, Ia형 초신성, 별들의 인접 조우, 감마선 폭발, 그리고 퀘이사의 고에너지 방사선이다. 연구진은 기존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 있는 사건과, 행성을 영구적으로 거주 불가능하게 만드는 더 극단적인 경우를 구분했다. 생명체 발생 확률 자체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델은 거주 중인 행성의 수를 계산하지는 않았다. 대신 적합한 행성들이 각 조건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 친화적 시간(habitable time)'을 축적할 수 있는지를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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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주위의 항성 거주 가능 영역은 적절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아 적합한 행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 NASA |
중간 질량 은하의 우수한 성과
모델에 따르면, 총질량이 태양 질량의 약 1,000억 배에서 1조 배 사이인 은하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 이 선호 영역은 약 1천억 배에서 10조 태양 질량까지 비교적 넓게 유지된다. 순수 별 질량 기준으로는 약 100억 배에서 1천억 태양 질량 사이에서 최적의 조건을 보인다.
우리 은하는 총질량 약 1조 태양 질량, 별 질량 약 500억 태양 질량으로 이 범주에 정확히 부합한다. 모델상 태양의 위치 역시 이례적이지 않은데, 생명 친화적 시간은 은하 중심에서 약 1~10 kiloparsec 떨어진 거리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좁고 명확한 이상 지대보다는 비교적 넓은 공간적 선호 영역만을 확인했다.
우주적 재앙이 가져오는 발달 저해
초기 우주에서는 별, 중원소, 행성이 형성되면서 모델상의 생명 친화적 시간이 빠르게 증가한다. 그러나 이후에는 우주적 재앙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 친화적 환경이 생겨나는 속도보다 기존의 적합한 세계들이 비거주 상태가 되거나 거주 불가능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이러한 증가세가 둔화된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젊은 우주에서는 코어 붕괴 초신성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약 50억 년 동안은 모델상 별들 간의 인접 조우가 더 중요한 위협이 되었다. 감마선 폭발과 Ia형 초신성은 계산된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적었으며, 별 형성 활동이 활발한 젊은 은하 및 총질량이 1억~10억 태양 질량 수준인 작고 조밀한 은하 시스템은 생명 존속에 매우 불리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 오늘날의 우리 은하는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 설정에 따르면, 지난 약 45억 년 동안 폭발이나 별의 인접 조우로 인해 이러한 멸종 사건을 겪은 별은 전체의 약 0.1%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은하를 유일무이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생명 친화적 조건을 비교적 효율적으로 보존하는 우주 환경 중 하나로 위치시킨다.
모델이 보여주는 것은 '적합성'일 뿐, 생명체 자체는 아니다
다만 이 연구 결과의 가치는 설정된 전제 조건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초신성, 감마선 폭발, 퀘이사가 행성에 손상을 입히는 범위(거리)는 추정치일 뿐이다. 영향을 받는 공간의 부피는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므로, 전제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계산된 비율이 크게 변동될 수 있다.
여기에 EAGLE 시뮬레이션 자체의 한계도 더해진다. 시뮬레이션의 공간 해상도로 인해 작은 성단이나 분자 구름을 완전하게 포착하지 못하며, 제한된 시뮬레이션 부피 때문에 초기 우주의 거대한 은하들이 누락되어 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외계 생명체의 실제 분포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된 모델을 바탕으로 볼 때, 어떤 은하들이 장기간에 걸쳐 잠재적인 생명 친화적 행성에 유리한 천문학적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보여준다.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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