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도 결정 장애가 있다”... 선택지 많을수록 짝짓기 실패율 급증
- 기초과학 / 문광주 기자 / 2026-08-14 07:03:41
- 테네시대 연구팀, 회색나무개구리 대상 짝선택 실험 진행
- 암컷, 선택지 늘어나면 유혹에 무뎌지고 판단 지연돼
- 배경 소음 영향 없어... “음향 과부하 아닌 인지적 한계 때문”
- 선택의 역설, 성 선택 과정에서 생물 다양성 유지하는 기전 밝혀내
개구리도 결정 장애를 겪는다.
마트 진열대에 빽빽하게 꽂힌 상품이나 끝없이 쓸어 넘기는 데이트 앱 화면 앞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현상이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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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수컷이 최고의 짝이 될까? 선택지가 너무 많아 암컷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 사진: © Jessie Tanner, CC BY-SA |
미국 테네시 대학교 녹스빌 캠퍼스의 클레어 헤밍웨이(Claire Hemingway)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를 통해 암컷 회색나무개구리(Hyla chrysoscelis) 역시 짝짓기 상대가 너무 많아지면 선택 과부하에 걸려 최선의 짝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울음소리 1개일 땐 77% vs 8개일 땐 25%... 뚝 떨어진 선택 확률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회색나무개구리는 짝짓기 철이 되면 연못가에 모여든다. 이때 수컷들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목청껏 울음소리를 내는데, 통상적으로 가장 길고 또렷한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이 암컷에게 인기가 높다.
연구팀은 짝짓기 준비가 된 암컷 개구리를 여러 개의 스피커로 둘러싸인 공간에 넣은 뒤, 가장 매력적인 '긴 울음소리' 1개와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짧은 울음소리' 여러 개를 순차적으로 재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선택지가 단 2개(긴 소리 1개, 짧은 소리 1개)일 때는 암컷의 77%가 가장 길고 매력적인 울음소리를 찾아 이동했다. 하지만 선택지가 8개로 늘어나자, 가장 매력적인 수컷을 선택하는 비율은 25%로 급감했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암컷은 판단력이 떨어지고 결정을 미루는 경향을 보였으며, 심지어 일부 암컷은 과도한 선택지에 압도되어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한 채 포기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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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개요 (출처:Choice overload constrains mate choice independent of energetic masking / August 12, 2026 / iScience A Cell Press journal) |
■ 시끄러운 소음 탓 아닌 '인지적 한계'가 원인
연구진은 이 현상이 단순히 주변 울음소리가 겹쳐 소리를 잘 구별하지 못한 '음향적 과부하'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배경에 시끄러운 합창 소음을 깔아둔 상태에서 짝 선택 실험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배경 소음은 암컷의 선택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선택지가 2개일 때는 여전히 길게 우는 수컷을 정확히 골라냈다. 반면, 선택지가 4개, 8개로 늘어나자 소음 여부와 관계없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고민만 하다가 포기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음향적으로 소리가 묻히는 현상과는 별개로, 동물의 내재적인 '인지적 한계'가 성 선택 역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짧게 우는 수컷도 살아남는 이유" 진화의 수수께끼 풀어
이번 연구는 진화생물학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암컷이 긴 울음소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짧은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은 도태되어 유전자 풀에서 사라졌어야 했다.
헤밍웨이 교수는 "정보 처리의 인지적 한계가 짝 선택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그동안 성 선택 연구에서 과소평가되었던 제약 요소"라며, "선택의 역설이 수컷들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유전자 풀의 불균형을 막아주는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동시에 수많은 선택지와 직면하고 이를 비교해야 하는 다른 많은 동물종에서도 이러한 선택의 역설이 짝짓기 시스템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Claire Hemingway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 USA) et al., iScience, doi: 10.1016/j.isci.2026.117086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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