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유전학의 세 선구자, 2026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 (영상)

기초과학 / 문광주 기자 / 2026-10-06 0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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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의 비밀을 밝힌 빛,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
-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광유전학의 혁신과 발견
- 인류의 숙제 ‘뇌의 작동 원리’를 푸는 새로운 이정표

광유전학의 세 선구자,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


2026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광유전학의 선구자인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세 사람에게 수여된다. 이들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견하여 뇌세포를 선택적으로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뇌가 작동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기억·감정·결정이 뇌에서 어떻게 생성되는지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광유전학은 건강한 신경계와 질환이 있는 신경계 모두에 대한 독보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뇌과학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하여 개별 뇌세포를 켜고 끌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신경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이제 노벨상 수상으로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었다. · 사진: © Mattias Karlén/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 위원회

우리 뇌는 감정, 행동, 신체 기능을 어떻게 제어할까? 오랜 기간 동안 뇌의 작동 원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뇌파 측정이나 MRI 같은 현대적 기법이 도입된 후에야 뇌과학자들은 뇌의 어떤 영역이 무슨 역할을 맡고 있고 영역 간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방식으로 얻은 지식은 대략적인 스케치 수준에 불과했다.


뇌과학의 중요한 이정표


하지만 광유전학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노벨 생리학·의학상 위원회의 페르 스벤닝손(Per Svenningsson) 위원장은 "광유전학은 한때 꿈으로만 꿨던 방식으로 뇌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설명한다. 광유전학을 사용하면 개별 신경세포(뉴런), 특정 영역, 또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사고와 감정의 바탕이 되는 복잡한 신경생리학적 과정을 상세히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노벨 위원회는 "뇌 속의 특정 신경세포 유형만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은 이 경이로운 기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기법을 이용해 통증 감각, 갈증, 식욕, 중독, 주의력 및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 회로를 밝혀냈다. 또한 신체 내부의 중요한 생리적 과정들이 일어나는 신경학적 기반도 명확하게 규명해 내었다.

페터 헤게만: 녹조류에서 시작된 연구


광유전학의 역사는 1990년대 마르틴스리트의 막스 플랑크 생화학 연구소에 있던 페터 헤게만이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단세포 녹조류인 Chlamydomonas(클라미도모나스)는 어떻게 빛을 감지하고 그 방향으로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이를 밝히기 위해 헤게만은 미세 전극으로 이 녹조류의 붉은 눈점(eyespot)을 조사했다. 그 결과 눈점이 빛에 반응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빛이 도달한 지 불과 0.5밀리초 만에 전기 자극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의 광반응은 페터 헤게만의 연구에 자극제가 되었다. — © Mattias Karlén/ The Nobel Assembly at Karolinska Institute

인간 망막의 시각 색소가 반응하는 시간과 비교하면 0.5밀리초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이에 헤게만은 녹조류의 감광 작용 뒤에 인간의 눈처럼 복잡한 화학적 반응 연쇄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빛 센서 역할을 하면서 이온 통로를 열어 스스로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 단백질이 눈점에 존재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분리하고 규명하지 못해 이 가설을 바로 증명하지는 못했다.

게오르크 나겔: 유전자, 개구리 알, 그리고 채널로드옵신


이 시점에 두 번째 수상자인 게오르크 나겔이 합류했다. 프랑크푸르트 아인 마인의 막스 플랑크 생물물리학 연구소에 있던 나겔은 외래 단백질 부호화 유전자를 개구리 알의 핵에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한 상태였다. 개구리 알이 해당 단백질을 생성하면 이를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었다. 마침 일본 연구진이 클라미도모나스의 유전체를 해독했고, 헤게만은 자신이 찾던 단백질을 코딩할 것으로 의심되는 유전자 두 개를 집어냈다. 


나겔이 이 두 유전자를 개구리 알에 주입하자 실제로 작동했다. 밀접하게 관련된 두 단백질인 '채널로드옵신-1'과 '채널로드옵신-2'가 생성되어 세포막에 결합한 뒤 이온 통로를 형성한 것이다. 이 단백질에 빛을 쬐어주자 이온 통로가 열리며 단세포 녹조류에서 관찰되었던 것과 같은 전기 신호가 발생했다. 특히 '채널로드옵신-2'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반응했다.

이로써 헤게만과 나겔은 빛에 반응하는 동시에 이온 통로를 통해 전기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추가 실험 결과, 채널로드옵신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이나 기관의 세포에 주입하더라도 그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2003년 두 사람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녹조류 단백질이 뇌과학 연구를 위한 독보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경세포에 이 유전자를 주입하면 빛을 통해 신경세포를 켜고 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니다.
▲ 개구리 알에 유전자를 삽입하는 실험을 통해 채널로돕신이 발견되었고, 이 단백질들이 방사선에 반응하는 이온 채널을 형성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 Mattias Karlén/ The Nobel Assembly at Karolinska Institute

칼 다이서로스: 채널로드옵신 DNA에서 다목적 연구 기법으로


세 번째 수상자인 칼 다이서로스는 당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있었다. 의사이자 정신과 의사, 뇌과학자였던 그는 신경 질환과 뇌 속 원인을 연구하고 있었으나, 기존의 뇌 절편이나 조직 표본 검사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이에 그는 헤게만과 나겔에게 연락하여 채널로드옵신-2의 DNA를 요청했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이 DNA를 쥐의 신경세포에 최초로 주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쥐의 뉴런 역시 빛에 반응하는 녹조류 단백질을 생성해 냈다. 다이서로스 연구팀이 이 신경세포에 파란색 빛을 쬐어주자 세포들이 전기 신경 신호로 반응했다. 2006년에는 살아있는 생쥐에 이 기법을 적용하여 주둥이 수염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포유류의 신경 활동을 개별 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광유전학의 탄생


이렇게 광유전학이 탄생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채널로드옵신-2와 유사하게 작동하지만 다른 파장의 빛에 반응하는 또 다른 단백질들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러한 도구들을 활용해 감정, 기억, 행동을 담당하는 특정 뇌 회로가 발견되었으며, 우울증, 조현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질환의 발생 기전도 밝혀지게 되었다.

광유전학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칼 다이서로스는 2026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노벨 위원회는 공적사에서 "뇌과학에 혁명을 일으킨 도구를 개발한 기본적 발견에 대해 이들에게 상을 수여한다"며 "광유전학은 인류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인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푸는 데 계속해서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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