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 사진전 ‘고흥신목_다채(多彩)’---밤의 빛으로 피어난 고흥의 신목

문화 이벤트 / 문광주 기자 / 2026-09-27 20:56:36
4분 읽기
— 낮 동안 마주한 풍경과 사람의 온기, 밤의 빛과 색으로 승화
- 밤의 조명이 완성한 ‘기록과 감정’의 경계
- 섬나무 시리즈의 깊이…그리고 현대인을 향한 질문
—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 한옥 ‘운림갤러리’서 개최

밤의 빛으로 피어난 고흥의 신목…이열 사진전 ‘고흥신목_다채(多彩)’

수년 전 이탈리아 서부 리보르노에서 해안을 따라 제노바까지 북상하면서 지중해 해변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도 9월이었다. 뜨겁던 한여름 열기가 한풀 꺾인 바닷바람은 온화했다. 바람결에 따라 해변 모든 나무가 한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선연하다.  

▲ 고흔신목-다채 (출처: 이열 페이스북에서 스냅샷)

나무는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바다, 그리고 그 곁을 스쳐 간 사람들의 세월을 품어 안는다. 지중해변의 나무숲이 그러했다. 오랜 시간 문화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예술가를 만났지만, 사진가 이열처럼 나무의 ‘숨결’과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주관적 빛의 언어로 환하게 밝혀내는 작업자는 흔치 않다.

2012년부터 피지, 마다가스카르, 히말라야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자연과 생명의 서사를 담아온 ‘나무 사진가’ 이열이 그의 일곱 번째 섬나무 프로젝트 «고흥신목_다채(多彩)»로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오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한옥 공간인 ‘운림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5년 가을 한 달간 고흥에 거주하며 담아낸 보호수와 노거수(老巨樹: 나이가 많고 커다란 나무)들의 환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자리다.

밤의 조명이 완성한 ‘기록과 감정’의 경계

이열 사진가의 작업은 독특하다. 그는 낮 동안 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나무를 찾고, 정적이 흐르는 밤이 되면 비로소 본격적인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무와 그를 둘러싼 환경, 그 지역이 품은 역사를 되새기며 밤새 조명을 투사한다.

사진의 본질이 ‘현실의 기록’에 있다면, 이열의 나무는 그 기록성을 바탕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 흐름을 빛의 색과 명암으로 적극 가미한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적 시그니처다.

이번 전시의 무대가 된 고흥은 작가에게 단순한 촬영지 이상의 영감을 안겼다. 산을 오르면 파란 바다가 들이치고, 그사이 오붓하게 자리한 어촌 마을의 주홍색·녹색 지붕들은 마치 바다 위에 핀 꽃과도 같았다. 수확하던 감을 선뜻 내어준 과수원 농부, 비 내리는 밤 선뜻 농막을 빌려준 카페 주인, 아이가 손에 쥐여준 사탕 한 알까지. 늦가을에 만난 고흥의 거친 자연과 사람들의 따스함은 작가의 가슴속에 ‘봄날의 다채로운 빛깔’로 남아 나무 위에 그대로 조율되었다.

섬나무 시리즈의 깊이…그리고 현대인을 향한 질문

‘제주신목(2021)’, ‘신안신목(2022)’, ‘통영신목(2023)’, ‘남해신목(2024)’으로 이어진 그의 섬나무 연작은 이번 ‘고흥신목’을 거쳐 10월 여수미술관 ‘섬들의 나무’ 전시로 그 깊이를 더해갈 예정이다.

에세이집 『느린 인간』으로 2025년 제14회 녹색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 ‘양재천 둑방길 나무 지키기 운동’을 이끌며 현재 ‘예술의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도 활약 중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나무를 넘어 현대인의 정체성을 되묻는다.

"고흥의 색으로 나무에 조명하며, 나무와 달리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아직 그 빛깔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까요? 아직 그 향기를 가슴에 품고 있을까요?”
“나무는 느린 인간이고 인간은 빠른 나무이다” -이열(Yoll Lee)-


한옥의 고즈넉한 멋이 살아있는 운림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풍경 사진전을 넘어, 바쁜 현대 삶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속 고향의 빛깔과 다채로운 온기를 되찾아주는 뜻깊은 문화적 여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안내]
· 전시명: 이열 개인전 «고흥신목_다채(多彩)»
· 기간: 2026년 10월 1일(목) ~ 10월 10일(토) (월요일 휴무)
· 시간: 11:00 ~ 18:00
· 장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5-8 운림갤러리

<프로필>
사진가(Photographic Artist).
나무 사진가, 예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예술의 숲’을 꿈꾸고 있다.

--- 경 력 ---
2022. 6 ~ 현재 ‘예술의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2018. 1 ~ 2020. 3 ‘아트필드(ARTFIELD) 갤러리’ 아트 디렉터
2014. 5 ~ 2017. 3 ‘에이트리(A-Tree) 갤러리’ 대표 역임
2004 ~ 2013 포토그룹 대표
--- 저 서 ---
2025 ‘아름다운 여름(La Bella Estate)’ 녹색광선 (번역)
2025 ’느린 인간‘ 글항아리 (글. 사진)
2016 ‘메르스의 영웅들’ 둘다북스 (사진)
2015 ‘세속도시의 시인들’ 로고폴리스 (사진)
--- 수 상 ---
2025 제14회 ‘녹색문학상’ 수상(나무 에세이 ‘느린 인간’, 글항아리)
--- 개 인 전 ---
2026. 10. 1 ~ 2026. 10. 10 ‘고흥신목_다채’ 서울 (운림갤러리)
2025. 6. 20 ~ 2025. 7. 20 ‘느린 인간’ 서울 (라플란드)
2024. 3. 6 ~ 2024. 3. 25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 남해 (남해유배문학관)
2023. 12. 5~ 2023. 12. 17 ‘녹색낙원_피지’ 서울 (비움 갤러리), “물 위의 나무, 맹그로브” 하남시 (갤러리_다)
2023. 10. 10 ~ 2023. 10. 31 ‘통영신목’ 통영시 (갤러리 미작)
2022. 8. 2 ~ 2022. 8. 16 ‘신안신목_우실' 시흥시 (소전미술관), 광주광역시(예술이빽그라운드)
2021. 5. 4 ~ 2021. 5. 15 ‘제주신목_폭낭' 서울 (LeeSeoul gallery)
2020. 2. 2 ~ 2002. 2. 29 '신들이 사랑한 나무, 바오밥' 서울 (ARTFIELD GALLERY)
2018. 11. 20 ~ 2018. 11. 27 ‘Trees Generations’ Bari, Italia (Fortino Santa Antonio), ‘천 년의 올리브나무' 서울(ARTFIELD GALLERY)
2018. 3. 26 ~ 2018. 4. 29 ‘인간 나무' 서울 (ARTFIELD GALLERY)
2017. 11. 29 ~ 2017. 12. 9 ‘꿈꾸는 나무’ 서울 (ARTSPACE HOSEO)
2017. 6. 9 ~ 2017. 6. 25 ‘히말라야' 서울 (Gallery Munrae)
2016. 10. 20 ~ 2016 11. 2 ‘숲(Forest)’ 서울 (ARTSPACE HOSEO)
2016. 7. 4 ~ 2016 7. 17 ‘시인의 얼굴’ 서울 (A-Tree Gallery)
2015. 7. 8 ~ 2015. 7. 13 ‘나무’ 서울 (갤러리 인덱스, A-Tree Gallery), 봉평 (Art in Island)
2015. 2. 4 ~ 2015. 2. 28 ‘푸른 나무 3’ 서울 (A-Tree Gallery)
2014. 1. 11 ~ 2014. 1. 22 ‘푸른 나무 2' 서울 (Gallery Arte22)
2013. 5. 30 ~ 2013. 7. 15 ‘푸른 나무(Blue tree)’ 서울 (갤러리 중 서울, 부천, 용인점, iT 갤러리, 캔손 갤러리)
2009. 7. 22 ~ 2009. 8. 10 ‘바람이 분다’ 서울 (W Gallery)
2009. 5. 4 ~ 2009. 5. 16 ‘Number’ 서울 (이룸 갤러리)
2008. 12. 3 ~ 2009. 1. 11 ‘흐르는 꽃’ 서울 (김영섭사진화랑)
1998. 10. 8 ~ 1998. 10. 20 ‘C'era una volta il nudo, e poi…’ Milano, Italia (Famiglia Artistica Milanese), ‘누드가 있었다. 그리고…’ 서울 (갤러리 May)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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