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패션 트렌드: 침팬지는 왜 풀잎으로 몸을 장식할까

기초과학 / 문광주 기자 / 2025-07-15 10: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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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이 아무런 중요한 목적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습관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 2024년 말, 범고래가 죽은 연어를 유행의 머리 장식으로 쓰는 것이 관찰돼
- 8개의 다른 무리에 서식하는 147마리의 침팬지를 1년 이상 관찰하여 행동을 분석
-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집단 내에서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

기이한 패션 트렌드: 침팬지는 왜 풀잎으로 몸을 장식할까?
잠비아의 유인원들은 귀와 엉덩이에 풀잎을 꽂는다.


동물 트렌드세터:
생물학자들은 침팬지가 귀와 엉덩이에 풀잎을 꽂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유인원들이 서로 모방한 일종의 패션 트렌드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동물원 사육사들이 풀로 귀를 청소했던 것에서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이한 행동은 유인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귀에 풀잎을 꽂고 있는 침팬지 발(Val) © Jake Brooker/Chimfunshi Wildlife Orphanage Trust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다른 동물의 행동을 모방한다. 예를 들어, 침팬지와 앵무새는 먹이를 더 쉽게 얻기 위해 동료 동물에게서 영리한 전략을 배운다. 그러나 때로는 동물들이 아무런 중요한 목적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습관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말, 연구원들은 범고래가 죽은 연어를 유행의 머리 장식으로 쓰는 것을 관찰했다.

패션 선구자, 침팬지 줄리

이러한 패션 트렌드는 영장류에게도 존재한다.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에드윈 반 레우웬이 이끄는 연구팀은 잠비아에서 이를 관찰했다. 2010년, 침팬지 줄리는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귀에 풀잎을 반복적으로 꽂기 시작했다. 이후, 줄리 무리에 속한 다른 일곱 마리의 침팬지도 같은 행동을 시작했다. 줄리가 죽은 후에도 침푼시 야생동물 보호소의 원숭이들은 이 유행하는 "전통"을 이어갔으며, 일부 침팬지는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다.

반 레우웬이 이끄는 또 다른 연구팀은 보호소의 다른 침팬지 무리도 줄리와 접촉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이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보호소에 있는 8개의 다른 무리에 서식하는 147마리의 침팬지를 1년 이상 관찰하여 행동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침팬지들이 동료 침팬지들의 행동을 모방했는지, 아니면 각자 독립적으로 발달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계 분석을 수행했다.
▲ 2023년 침푼시(Chimfunshi)의 한 침팬지 그룹에서 (a) 귀에 풀을 꽂는 한 침팬지 (b) 엉덩이에 꽂는 침팬지의 누적 빈도(첫 주만 해당). (출처: Chimpanzees socially learn non-instrumental behaviour from conspecifics / BRILL / Publication Date: 04 Jul 2025)

귀와 엉덩이에 풀

분석 결과, 침팬지들은 동료 침팬지들로부터 풀잎 장식을 실제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경향은 2023년 8월, 처음으로 귀에 풀잎을 꽂기 시작한 수컷 침팬지 주마(Juma)에게서 유래했다. 일주일 만에, 같은 무리의 다른 침팬지 네 마리가 같은 행동을 보였다. 2024년 4월에는 2023년 12월에야 무리에 편입된 침팬지 한 마리도 같은 행동을 보였다.

"이는 인간과 같은 다른 동물들도 서로에게서 겉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반 레이우웬(van Leeuwen)은 보고했다. 주마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발전시켜 더욱 기이한 결과를 보였다. 귀에 풀잎을 처음 꽂은 지 불과 11일 만에, 갑자기 엉덩이에도 풀잎을 꽂기 시작했다. 같은 날, 다른 수컷도 똑같이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리 속 다른 네 마리의 침팬지가 풀잎을 엉덩이에 꽂았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반 리우웬과 그의 동료들은 결국 11마리의 침팬지 중 8마리가 관찰 구역 중 적어도 한 곳 또는 두 곳 모두에서 가끔 풀잎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관찰했다. 풀잎을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예를 들어 그 부위를 긁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 CWOT에서 8번 그룹의 GIEB 확산을 심층적으로 시각화한 그림 (a) Juma가 GIEB를 처음 관찰한 시점, (b) 첫 관찰 1주일 후 GIEB 확산, (c) 첫 관찰 8개월 후, 즉 세 마리의 새로운 침팬지가 그룹에 합류한 시점을 보여준다. 노드는 8번 그룹의 구성원을 나타낸다. 노드의 빨간색은 GIEB를 채택했음을 나타낸다. 모서리의 두께는 근접성에 따른 연관 강도를 나타낸다. (출처: Chimpanzees socially learn non-instrumental behaviour from conspecifics / BRILL / Publication Date: 04 Jul 2025)

이례적인 영감

도대체 침팬지들은 어떻게 풀잎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까? 지금 관찰되고 있는 무리의 구성원들은 유행을 선도하는 줄리가 속한 무리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수컷 주마는 스스로 풀잎을 패션 액세서리로 착용하기로 결정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침팬지가 귀에 풀잎을 꽂아준 두 무리 모두 같은 주인이 있었다. 이 주인들은 때때로 자신의 귀를 청소하기 위해 풀잎이나 성냥개비를 꽂아준다고 보고했다"고 반 리우웬은 설명한다. "한 무리의 침팬지들은 풀잎을 다른 곳에도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패션은 함께 결속한다

설령 최초의 영감이 외부에서 왔다 하더라도, 침팬지들은 애초에 왜 이러한 트렌드를 모방했을까? 생존의 관점에서는 무의미하지만, 문화적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반 레이우웬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당신은 그 사람을 주목하고, 어쩌면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따라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집단 내에서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Behaviour, 2025; doi: 10.1163/1568539X-bja10313
출처: Universität Utrecht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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