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보건 쾌거… 지독한 편충 감염 끝낼 신약 '에모뎁사이드' 임상 최종 단계 돌입

건강의학 / 문광주 기자 / 2026-10-19 1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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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수억 명이 앓고 있으나 침묵 속 방치된 '소외열대질환'
- 동물용 의약품에서 인류의 희망으로: 에모뎁사이드의 탄생
- 에모뎁사이드의 최종 품목 허가를 위한 엄격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 중
-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최종 승인을 거쳐 2028년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이는 40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완전히 새로운 계열의 구충제

40년 만의 보건 쾌거… 지독한 편충 감염 끝낼 신약 '에모데시드' 임상 최종 단계 돌입


전 세계 수억 명의 삶을 갉아먹지만 그동안 철저히 방치됐던 기생충 감염 질환에 파란불이 켜졌다. 기존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난공불락의 편충을 상대로 강력한 신약 후보 물질인 '에모뎁사이드(Emodepside)'가 상용화를 위한 최종 승인 연구에 돌입했다. 성공할 경우 이는 40여 년 만의 완전히 새로운 항기생충제 탄생을 의미한다. 

▲ 이브라힘 사이드 박사는 이번 승인 연구의 공동 책임자다. Foto: © Leo Schulte

전 세계 수억 명이 앓고 있으나 침묵 속 방치된 '소외열대질환'


탄자니아의 섬도시 펨바의 차케차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이브라힘 사이드(Ibrahim Said)는 기생충 감염이 초래하는 참혹한 실상을 매일 마주한다. 임신부들의 저체중아 출산, 극심한 빈혈, 그리고 신체적·정신적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이 대표적이다. 심각한 경우 장이 막히는 장폐색으로 이어져 응급 수술이 불가피한 환자들도 발생한다. 

▲ 기생충 감염은 개발도상국에서 인간에게 널리 퍼져 있다. Foto: © Leo Schulte

하지만 대부분의 감염자는 뚜렷한 급성 증상 없이 만성적인 피로와 무기력증에 시달릴 뿐이다. 말라리아처럼 치명적인 사망률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이 질환들은 전 세계적인 연구 지원과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표적인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으로 분류된다.
▲ 편충. · 사진: © Y. Endriss / Swiss TPH

한계에 다다른 전통 구충제와 난공불락의 '편충'


현지에서는 수십 년간 알벤다졸(Albendazol)과 메벤다졸(Mebendazol) 같은 표준 구충제를 대규모로 투여해 왔다. 이 약물들은 기생충의 세포 구조를 파괴해 에너지 고갈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미 수의학계에서는 이 약물들에 대한 내성이 확인되었으며, 인간에게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전 세계 약 5억 명의 몸속에 기생하는 편충(Trichuris trichiura)은 기존 약물로는 거의 퇴치할 수 없다. 편충은 맹장과 결장의 점막 속 깊숙이 머리를 박고 기생하기 때문에 약물이 제대로 닿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용 의약품에서 인류의 희망으로: 에모뎁사이드의 탄생


돌파구는 뜻밖에도 반려동물 의약품에서 찾아왔다. 개와 고양이의 구충 목적으로 2005년부터 승인되어 쓰이던 유효 성분 에모데시드는 기생충의 신경 및 근육 신호전달을 차단해 마비시키고 사멸시키는 특성이 있다. 

▲ 승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연구는 수년이 걸리며 제니퍼 케이저(Jeniffer Keiser)에게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했다. · 사진: © W. Moser / Swiss TPH

스위스 열대·공중보건연구소(Swiss TPH)의 기생충학자 제니퍼 카이저(Jennifer Keiser) 연구팀은 DNDi(소외질환치료제개발재단)의 강바람병(온초주름충증) 연구를 발판 삼아 이 물질을 인간 기생충 감염 치료제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설치류 실험 결과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펨바섬에서 진행된 임상에서 에모뎁사이드는 십이지장충과 편충을 상대로 완치율 및 충란 감소율 100%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라오스 연구에서는 지중해선충(Strongyloides stercoralis) 등 최소 세 가지 이상의 기생충을 광범위하게 제압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 에모뎁사이드(Emodepsid)는 강변맹증 치료제로도 연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실시된 안전성 연구를 통해 제니퍼 케이저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Foto: © Junior Diatezua Kannah – DNDi

2028년 상용화를 향한 마지막 관문


현재 펨바섬과 필리핀 등지에서는 에모뎁사이드의 최종 품목 허가를 위한 엄격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 현장 의료진이 에모뎁사이드 임상시험 진행을 돕고 있다. Foto: © Swiss TPH

철저한 온도 유지(15~25도) 물류 관리와 라마단 기간 등의 난관을 뚫고, 연구팀은 환자 투약을 완료했으며 90일간의 추적 관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최종 승인을 거쳐 2028년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이는 40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완전히 새로운 계열의 구충제가 된다.

연구진은 성인 대상의 알약 형태를 넘어, 향후 기생충 감염의 직격탄을 맞는 영유아들도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완전 중성 맛의 시럽' 개발까지 시선을 넓히며 인류의 해묵은 질병 퇴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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